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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조 원전 해체"시장 개막…韓, 신규 원전 이어 '해체 기술' 승부수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2 09:43

수정 2026.01.22 09:43

IAEA·EU "해체 능력은 신규 건설의 선결 조건 韓, 고리 1호기 발판으로 'K-원전' 완전체 완성
고리1호기 이미지. 연합뉴스 제공.
고리1호기 이미지.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전 세계 원전 산업이 신규 건설과 노후 해체가 동시에 성장하는 전례 없는 '양손잡이 시장' 국면에 진입했다. 즉, 원전 산업은 단순히 '짓는 기술'에 머물지 않고, '해체 기술'까지 완벽히 갖춰야만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2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정치에 따르면 원전해체 시장은 오는 2050년 1000조원대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국제 사회는 '원전의 전 생애 주기'(Life-cycle)를 관통하는 안전성을 요구하고 있다. 해체 기술이 담보되지 않은 신규 건설은 더 이상 공신력을 얻기 힘든 구조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신규 원전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향후 해체 편의성을 반영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특히 신규 원전 건설 허가 신청 시 '예비 해체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여, 시작부터 끝을 함께 책임지는 안전 체계를 강조한다.

유럽연합(EU)의 녹색 분류체계에 따르면,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해체 기금의 확보와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운영 계획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즉, 해체 역량이 곧 신규 원전의 금융 조달과 직결되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0기에서 580기의 원전이 2050년 이전에 영구 정지될 것으로 보인다. 기당 해체 비용이 약 1조 원대로 현실화되면서, 전체 시장 규모는 2050년 기존 누적 1000조원 이상으로까지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원전 수출 시장에서 발주국들은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 후 해체까지 책임질 수 있는 파트너를 선호한다”라며 “해체 기술 확보가 곧 신규 원전 수주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된 이유”라고 전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역량에 해체 기술을 더해 '원전 전주기 수출'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고리 1호기 해체는 한국 기업에게 더욱 중요하다. 2025년 6월 원안위의 해체 승인으로 국내에서도 상업용 원전 해체 경험(Track Record) 확보가 시작되었다. 이는 1000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필수 면허를 따는 과정과 같다.

고리 1호기 해체는 현재 방사능 오염이 없는 터빈 및 발전기 등 2차 계통 설비를 우선 철거하는 '비관리구역 해체 공사'가 확정되어 진행 중이다. 해당 공사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주도하고 있다. 추후 해체 사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여러 중소형 협력사들도 참여해 레퍼런스를 쌓아갈 전망이다.

원전 해체 산업의 진짜 특징은 한 기당 1조원 안팎의 해체 사업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이어지는 다른 원전 해체로 동일한 공정을 반복 수행하는 구조에 있다.

경험과 실적이 축적될수록 재수주 가능성이 높아지며, 업계에서는 이를 ‘장기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 파이프라인 산업’으로 평가한다.

한 번의 대형 공사로 끝나는 건설업과 달리, 원전 해체는 10~20년에 걸쳐 지속되는 서비스·기술 산업으로, 중소·중견기업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축적된 실적이 곧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전 산업이 '단순 건설'에서 '전주기 관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됨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형기업을 불문하고 신규 원전 건설 역량은 물론 안정적 수익원인 유지·보수와 미래 성장 동력인 해체 기술까지 모두 확보한 기업에 주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제 규제 강화로 해체 역량이 신규 원전 수주의 필수 전제 조건이 되어가는 상황"이라면서 "이는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설계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 포트폴리오를 갖춘 곳만이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파이프라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