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남미 주요 여론조사 결과 집계
대부분 국가에서 마두로 나포 찬성 응답이 과반, 멕시코 박빙
냉전 시대 반미 담론 희석, 마두로 정부 민폐에 분노
美 나포가 "마두로 없앨 유일한 방법이었다"
남미 좌파 진영에서도 마두로 실정에 옹호 어려워
대부분 국가에서 마두로 나포 찬성 응답이 과반, 멕시코 박빙
냉전 시대 반미 담론 희석, 마두로 정부 민폐에 분노
美 나포가 "마두로 없앨 유일한 방법이었다"
남미 좌파 진영에서도 마두로 실정에 옹호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나포한 가운데 이웃 남미 지역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대교체로 냉전 시대 남미 정치에 개입하던 미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희석된 데다, 마두로 본인의 실정이 컸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 보도에서 남미 국가에서 진행된 여론조사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프랑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7~8일 조사해 13일 공개한 페루 여론조사에 따르면 1207명 가운데 74%가 마두로 체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칠레 여론조사기관 카뎀이 지난 8~9일 702명의 칠레인에게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63%가 마두로 체포에 찬성했다.
멕시코 여론은 찬반이 팽팽했다. NYT는 멕시코에서 좌파 정부의 지지 기반이 탄탄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격 및 이민자 단속으로 인해 현지 반(反)미 여론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칠레 여론조사기구인 라티노바로메트로의 마르타 라고스 창립자는 이러한 여론에 대해 “국제법, 제국주의와 같은 담론은 엘리트의 언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중이 미국의 개입을 지지하는 것은 “이념과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스티븐 레비츠키 정치학 교수는 미국이 과거 냉전 시기 남미에서 정치에 개입해 친(親)미 독재자를 지원하면서 일반 대중의 경우 반미 정서가 주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후 많은 세대교체가 있었다"며 "많은 남미인들은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NYT는 현재 남미인들이 냉전 시대 이념 대립보다 마약 범죄나 난민 등 시급한 지역 문제를 더 신경 쓴다고 분석했다.
NYT는 마두로가 반미 노선과 상관없이 이웃 국가에 민폐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1999~2013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을 이어 올해까지 좌파 정부를 유지한 마두로는 급진적인 국유화와 물가 관리 실패로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2014년 유가 하락 이후 약 800만명이 난민 신세로 전락했으며 이 가운데 700만명이 콜롬비아와 페루 등 이웃 남미 국가로 흘러갔다. 남미 국가들은 베네수엘라 난민 폭증에 따른 범죄와 일자리 문제 때문에 마두로를 곱게 보지 않았다. 특히 이웃한 콜롬비아는 같은 좌파 정권임에도 마두로 정부와 콜롬비아 반군의 유착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에콰도르 키토에 살고 있는 37세 선생 로레나 플라자는 NYT를 통해 미국의 마두로 나포가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그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옳은 방식이 아닐 지도 모르지만 그 외에는 정말로 길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남미의 좌파 정부들도 섣불리 미국과 관계 악화를 감수하며 마두로를 옹호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좌파 성향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마두로 나포 이후 공식적으로 미국의 공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아틀라스인텔의 안드레이 로만 최고경영자(CEO)는 “좌파가 이번 일을 대대적인 결집 구호로 삼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마두로의 집권 기간이 너무도 명백히 재앙이었기 때문에 “좌파에게도 다루기 쉬운 주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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