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우선수사권에 광범위한 수사범위까지..."중수청, 검찰식 수사 재현할 것"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2 16:39

수정 2026.01.22 16:39

"우선수사권, 사건 취사선택하는 수사 관례 만들 것"
"3000명 수사인력으로 9대 중대범죄 수사, 과중"
그래픽=이준석. 파이낸셜뉴스DB
그래픽=이준석. 파이낸셜뉴스DB

[파이낸셜뉴스]'수사관 이원화 구조'에 이어 '우선수사권'과 '광범위한 수사대상' 등의 막대한 권한이 주어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안이 발의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같은 중수청의 권한이 특수통 수사를 통한 정치 검사들이 수사권을 오남용한 검찰청의 폐해를 막기 위해 시작된 '검찰 개혁'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법안 발의 전 기존 안에서 얼마나 수정될지도 관심사다.

22일 정부가 입법 예고한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중수청의 수사대상 범죄인 9대 중대범죄에 대한 우선수사권을 지닌다. 즉 중수청장이 다른 수사기관장에게 사건의 이첩을 요구하면 해당 수사기관장은 정당한 사유가 있지 않 한 중수청장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



중수청의 수사대상은 9대 중대범죄로 검찰개혁 이전의 검찰보다 광범위하다. △부패 범죄(뇌물, 자금세탁, 리베이트, 국고부정수급 범죄 등) △경제 범죄(사기, 횡령, 배임, 조세포탈, 기업담합, 주가조작, 기술유출 범죄 등) △공직자 범죄(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공무상비밀누설 등) △선거 범죄(허위사실공표, 유권자매수, 투표자유방해 등) △방위사업 범죄(방위사업 관련 기술유출, 뇌물죄, 배임죄 등) △대형참사 범죄(업무상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위반 등) △마약 범죄(밀수 범죄 일체, 일정 규모 이상의 보관·판매 범죄 등)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범죄(내란죄, 외환유치죄, 간첩죄 등) △사이버 범죄(사이버 공간상의 해킹, 개인정보유출, 아동성착취물배포 등)이다.

국무조정실 검찰개혁추진단은 중수청에 우선수사권을 부여한 이유에 대해 수사 혼선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중수청과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수사기관 사이의 힘겨루기를 미리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노혜연 추진단 부단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중수청은 특수기관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다른 수사기관이 중수청장의 사건 이첩 요구를) 따르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수청의 우선수사권을 두고 '정치 검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선수사권이 주어지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취사선택해 수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약 범죄를 수사하는 간부급 경찰관은 "검찰은 그동안 사건의 이첩요구를 통해 사회적 이목을 끌 수 있는 경찰 수사 사건을 가로채고, 사회적 이목이 덜 집중될 만한 사건을 경찰에 던지는 식의 자신들 입맛에 맞는 수사만을 골라 했다"며 "중수청에 우선수사권이 주어지는 순간 정무적 판단에 따라 수사를 취사선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수청의 수사 범죄 대상이 수사 인력 3000명이란 중수청의 규모와 견줘 너무 많다는 것이 이같은 '취사선택'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2024년 담당(발생)한 사이버 범죄만 31만4519건, 마약 범죄만 1만1380건이다. 경찰청의 수사 인력은 중수청의 예상 수사 인력(3000명)과 견줘 10배가 넘는 3만8619명이다. 경찰 내부에선 그럼에도 늘어나는 형사사건의 수요에 비해 수사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단 평이 나온다. 3000명의 수사 인력을 지닌 중수청이 사이버 범죄와 마약 범죄 등 9대 중대범죄 전부를 수사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중수청의 우선수사권과 광범위한 수사대상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무조정실 검찰개혁추진단의 자문위원회는 지난 20일 저녁 정기회의를 열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중수청의 우선수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수사기관 간 수사권의 경합은 법률에 우선요건을 규정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또 "(중수청의) 수사범위는 부패, 경제, 공직자, 내란·외환 범죄를 중심으로 축소하고, 법률에 범죄의 정의를 최대한 구체화해 행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수사 범위를 임의 조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충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