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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만, 아님 수익까지?…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자' 논쟁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7 11:24

수정 2026.01.27 11:24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자 지급'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금융권 안팎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을 놓고 결제 수단에 한정할 지, 수익 기능까지 허용할 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맥킨지는 최근 은행연합회가 주요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비공개 설명회에서 이자 지급 허용 여부를 하나의 검토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1월 맥킨지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컨설팅을 의뢰했으며, 이번 설명회는 연구 용역의 중간 점검 성격으로 진행됐다. 최종 보고서는 다음달 마무리될 예정이다.



맥킨지가 이자 지급 허용을 검토 시나리오로 제시한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결제 수단에 머물 경우 고객 자금의 체류를 유도하기 어렵고, 이는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이탈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정 수준의 수익 구조가 뒷받침돼야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깔려 있다.

이런 제안 이후 은행권 내부에서도 이자 지급 가능성을 놓고 논의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이자 지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부 논의 과정에서 이자 지급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이자 지급 주장에 선을 긋게 된 배경에는 정책당국의 기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한정하려는 입장이 뚜렷하다. 이자가 붙는 순간 스테이블코인이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와 유사한 금융상품으로 변질될 수 있고, 이는 통화 질서와 예금 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자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법제화 측면에서 앞선 해외 주요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에서는 명시적인 이자 지급은 제한되는 대신, 준비자산 운용 수익을 리워드나 수수료 환급 형태로 제공하는 등 사실상 이자와 유사한 구조가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련해 미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이 이자나 수익을 제공할 경우 전통 은행 예금과 경쟁해 금융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며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고려하면 국내에서도 직접·간접적인 이자 제공 방식을 둘러싼 스테이블코인 논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화 스테이블코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제 편의성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보유 유인을 높일 수 있는 수익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컨대 중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e-CNY)에 대해 상업은행의 지갑 잔액 이자 지급을 허용한 것도,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에 맞서 통화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