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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황당한 쿠팡 논쟁, 냉정한 대응으로 통상 비화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3 14:27

수정 2026.01.23 14:27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청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조사와 정치권의 대응을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규정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을 요청한 것이다. 일개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한미 통상 분쟁의 불씨로 떠오른다니 어이가 없다. 기업의 내부 보안 사고가 정부 간 통상 문제로 비화하는 건 이례적이며 상식의 선을 벗어난 것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간단 명료하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이는 기업의 국적이나 지분 구조와 전혀 상관없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한국과 중국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 삼았다는 주장은 황당함 그 자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실체적 근거가 부족한 '중국 카드'까지 동원해 사안을 확대하는 시도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행위는 사실 규명보다는 통상 압박을 목적으로 한 프레임 씌우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 논리가 황당하다고 해서 쿠팡 사안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미국 투자자들의 청원이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 행정부에 공식 개입의 명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무역법 301조는 조사 개시 여부를 45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미 행정부가 조사에 착수할 경우 협의 실패 시 관세 부과나 서비스 제한 등 실질적인 보복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로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기괴한 가정이지만, 어쨌든 만일의 가능성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 정부측이 쿠팡 개별 사안을 넘어 한국의 디지털 규제 전반으로 문제를 삼는 정치 외교적 의도를 드러낸다면, 그 분쟁의 범위와 파급력은 훨씬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쿠팡 사태는 어디까지나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의 책임 문제다. 원인과 인과관계를 명확히 따지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차분하게 처리하면 될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국회의원들의 감정적 발언이나 과잉 대응은 불필요한 오해를 키울 뿐이다. 이런 잡음은 외교·통상적 리스크를 자초할 수 있다. 국내 정치의 언어와 관행이 국제 무대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고 소비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쿠팡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과 해법을 찾는 선에서 관리해야 할 사안이지, 새로운 전선을 만들어 키울 문제가 아니다. 냉정하고 정교한 대응으로 불필요한 통상문제로의 비화를 막기 바란다.
이런 접근법이 쿠팡 문제를 합리적으로 정리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