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中 대륙의 비명... '제발 우리 왕즈이 좀 살려줘' 안세영이 대체 어쨌길래?"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4 15:00

수정 2026.01.24 15:00

동료들은 부상으로, 부진으로 줄행랑... 홀로 남은 왕즈이의 '고립무원' 세계 2위가 1위의 '훈련 파트너' 전락... 40분간 이어진 잔인한 '공개 처형' 中 네티즌 탄식 "차라리 기권할 걸... 심리 치료 지원하라"
안세영(1위)이 18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인도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2위·중국)를 물리친 후 환호하고 있다. 안세영이 2-0(21-13 21-11)으로 승리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뉴시스
안세영(1위)이 18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인도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2위·중국)를 물리친 후 환호하고 있다. 안세영이 2-0(21-13 21-11)으로 승리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동료들은 아프다고 빠지고, 지고 떠나는데... 왜 결승전엔 항상 나 혼자 남아있는가."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에게 2026년 1월은 잊고 싶은 '잔인한 달'로 기억될 전망이다. 든든한 동료들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핑계로 줄줄이 '안세영 포위망'을 이탈할 때, 왕즈이만이 끝까지 살아남아 안세영(24·삼성생명)이라는 거대한 재앙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지난 18일 인도오픈 결승에서 왕즈이를 세트 스코어 2-0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점수 차보다 충격적인 것은 경기 내용이었다. 흡사 '국가대표와 연습생의 경기'를 보는 듯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왕즈이 상대 10연승, 통산 18승 4패라는 압도적인 '먹이사슬'을 완성했다.

이번 대회는 유독 기권과 이변이 속출했다. 안세영의 강력한 라이벌 야마구치 아카네(일본)가 부상으로 기권했고, 중국의 자존심이자 또 다른 에이스 한웨와 천위페이도 결승 길목에서 탈락하거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안세영(1위, 오른쪽)이 18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인도오픈 여자 단식 정상에 올라 금메달을 들고 왕즈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세영은 결승에서 왕즈이(2위·중국)를 2-0(21-13 21-11)으로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뉴시스
안세영(1위, 오른쪽)이 18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인도오픈 여자 단식 정상에 올라 금메달을 들고 왕즈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세영은 결승에서 왕즈이(2위·중국)를 2-0(21-13 21-11)으로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뉴시스

중국 입장에서는 안세영을 막아설 1차, 2차 방어선이 허무하게 무너진 셈이다.

결국 '최종 보스' 안세영을 상대하는 건 또다시 왕즈이의 몫이었다. 4강에서 천적 천위페이를 꺾고 올라왔지만, 그것은 결승행 티켓이 아니라 안세영이라는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승전 코트에 선 왕즈이의 표정은 경기 전부터 질려 있었다. 동료들은 관중석이나 숙소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네트 건너편에는 30연승을 질주 중인 '괴물' 안세영이 무표정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는 처참했다. 안세영은 승부욕을 불태우기보다 마치 왕즈이를 상대로 다양한 기술을 실험해보는 듯 여유로웠다.

안세영이 헤어핀을 놓으면 왕즈이가 넘어지며 받고, 안세영이 스매시를 때리면 왕즈이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세계 랭킹 2위가 1위의 '고강도 훈련 파트너'처럼 보이는 굴욕적인 장면이 40분 내내 이어졌다.

안세영과 결승전 치르는 왕즈이.연합뉴스
안세영과 결승전 치르는 왕즈이.연합뉴스

안세영이 코트 구석구석을 찌를 때마다 왕즈이는 셔틀콕을 쫓아다니기 급급했고,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짙어졌다.

중국 소후닷컴 등 현지 언론조차 "왕즈이가 안세영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났다"며 "결승전의 긴장감은커녕, 안세영의 몸풀기 상대로 전락했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중국 배드민턴 팬들 사이에서는 비난보다 "왕즈이가 불쌍하다"는 동정론이 들끓고 있다.

웨이보 등 중국 SNS에는 "차라리 천위페이처럼 일찍 떨어지는 게 나았다", "안세영에게 10번 연속 지는 건 경기가 아니라 '멘탈 고문'이다", "국가대표팀은 지금 당장 왕즈이에게 심리 치료를 지원해라" 등 자조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안세영의 무자비한 독주 속에 중국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을 호소하거나 기권하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안세영 공포증이 만든 집단적 '회피 기동' 아니냐"는 웃지 못할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안세영과 마주치느니 차라리 부상을 핑계로 피하는 게 낫다는 패배주의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홀로 살아남아 '안세영'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두 번 연속 정면으로 맞은 왕즈이. 그녀에게 새겨진 '공안(安)증'의 트라우마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안세영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