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보, 집에서 비트코인 채굴해?"... 한겨울 '반팔 차림'에 속타는 남편 [얼마면 돼]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5 09:00

수정 2026.01.25 18:12

헉! 한겨울 난방비 50만원 이상?
추우면 옷을 입어!"... 한겨울 '반팔+아이스크림' 가족 보며 뒷목 잡는 남편
"애들 감기 걸리면 병원비가 더 나와"... 난방비 '생존 비용'이라는 아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AI가 만든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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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매년 1월, 대한민국 3040 가장들에게는 공포의 우편물이 날아든다.

국세청 연말정산보다 더 무섭다는 '12월분 관리비 고지서'다.

봉투를 뜯는 순간,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숫자가 찍혀 있다. 30만 원을 넘어 40만 원, 심지어 50만 원... "혹시 우리 집이 나 몰래 비트코인 채굴장을 운영하나?" 싶은 합리적 의심까지 든다.

겨울철 난방비를 둘러싼 가정 내 '온도 전쟁', 3화에서는 이 뜨겁고도 차가운 갈등을 조명한다.



◇ 남편의 시선: "여기가 동남아냐... 덥다고 반팔 입는 건 아니지"

남편들이 호소하는 갈등의 시발점은 '부조화'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선 남편 A씨(42)는 숨이 턱 막힌다. 훈훈하다 못해 후끈한 공기. 보일러 컨트롤러는 희망 온도 '26도'를 가리키고 있다.

더 기막힌 건 거실 풍경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한겨울에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여보, 온도를 좀 낮추고 수면 바지를 입으면 안 될까? 양말만 신어도 체감온도 3도가 올라간다는데..." A씨의 소심한 제안은 묵살당한다. 밖에서는 롱패딩으로 중무장하고 100원이라도 아끼려 버스를 타는데, 정작 집안은 에너지 낭비의 온상이라는 사실에 남편들은 깊은 허탈감을 느낀다.

◇ 아내의 반론: "이건 낭비가 아니라 '육아'다"

하지만 아내들의 항변에는 뼈가 있다. 난방은 사치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존' 문제라는 것이다.

주부 B씨(38)는 "아이들은 잘 때 이불을 다 걷어차고 잔다. 바닥이라도 따뜻하지 않으면 바로 코 훌쩍거리고 열 난다"라며 "소아과 오픈런해서 2시간씩 대기하고, 약 먹이고 고생하느니 난방비 5만 원 더 내는 게 백번 낫다"고 반박했다.

주거 환경의 문제도 있다. 구축 아파트나 확장형 거실의 경우, 공기 온도가 23도라도 바닥 냉기가 심해 체감 추위는 훨씬 심하다는 것. 아내들은 "남편은 퇴근하고 잠시 집에 있지만,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입장에선 양말 신고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즉, 이 온도는 엄마가 아이를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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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비 고지서 앞, 무너지는 가정 평화

양쪽 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비용'이다.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은 매년 인상되고 있다. 관리비가 평소보다 20만 원 더 나오면, 그 구멍은 고스란히 가계의 부담이 된다. 남편은 "내복 입으면 해결될 일"이라며 아까워하고, 아내는 "가족 건강을 돈으로 환산하지 말라"며 서운해한다.

결국 '적정 온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실내 온도를 20~22도로 권장하지만, 아이가 있는 집은 24도가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 당신의 집은 지금 몇 도입니까?

극적인 타협점은 없을까. 온도를 1도 낮추는 대신 난방 텐트를 설치하거나, 가습기를 틀어 공기 순환을 돕는 등 '효율'을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족의 따뜻함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장의 헌신, 그리고 그 돈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가족들의 작은 노력(긴팔 입기, 양말 신기)이 만날 때 비로소 가정의 온도는 평화를 찾지 않을까.

여러분의 집 보일러는 지금 몇 도를 가리키고 있는가.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