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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글로벌 사우스' 뜨는데… 외교관 연수는 美 쏠림

김준석 기자,

김형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5 18:11

수정 2026.01.25 21:53

5년간 아프리카·중남미 0명
외교부 내 전문가 부재 우려
2024년 3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에 설치된 2025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 제1차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뉴시스
2024년 3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에 설치된 2025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 제1차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하노이(베트남)=김형구 기자 김준석 특파원】최근 정부가 '글로벌 사우스'를 외교 전략의 핵심 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외교관 10명 중 9명이 해외 장기연수지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노스' 국가를 선택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며 용어다. 글로벌 노스는 서구 선진국을 지칭한다. 지난 5년간 장기 해외연수 대상자 절반이 미국으로 향했고, 특히 인도네시아·브라질·아프리카·중남미 주요국 등 글로벌 사우스 경제 대국을 선택한 외교관은 지난 5년간 전무했다. 글로벌 외교 환경은 바뀌고 있지만, 외교관의 해외 연수가 과거 영미권 중심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비판과 함께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 대한 외교부 내 전문가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외교관 해외연수국가
국가 총 인원 수 비율
미국 83명 48.0%
영국 15명 8.7%
일본 15명 8.7%
스페인 11명 6.4%
프랑스 10명 5.8%
중국 8명 4.6%
독일 8명 4.6%
러시아 8명 4.6%
호주 6명 3.5%
캐나다 3명 1.7%
베트남 3명 1.7%
UAE 3명 1.7%
기타 11개국 각 1명 각 0.6%
(외교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 본지가 2021~2025년 실시한 장기 해외연수 대상자 173명을 전수 분석한 결과 미국으로 장기 연수를 떠난 외교관은 83명으로 전체의 48.0%에 달했다. 2위인 영국과 일본(각각 15명·8.7%)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이어 △프랑스(10명) △독일(8명) △스페인(11명) 등 순이었다. 미국은 외교관들의 5년 내내 1순위 연수지였다. 특히, 2024년에는 전체 해외 연수 대상자 35명 중 22명(62.9%)이 미국으로 향해 쏠림 현상이 극대화됐다. 2021년(54.5%), 2023년(42.9%), 2025년(45.7%) 역시 미국 비중이 절반 안팎을 유지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중국(8명·4.6%) △베트남(3명·1.7%) △UAE(3명·1.7%) △태국(1명·0.6%) △인도(1명·0.6%) △사우디아라비아(1명·0.6%) 등 5년 통틀어 단 17명에 그쳤다. 그마저도 글로벌 사우스 대경제권으로 꼽히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가는 5년간 연수자가 전무했다.

연수 기관도 △조지타운대(12명)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고(11명) △하버드대(10명) △스탠퍼드대(8명) △터프츠대(5명) 등 미국 소재 대학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60억여명의 인구, 세계 총 국내총생산(GDP)의 53.9%, 그리고 핵심 광물을 보유해 경제적 가치가 높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전통적 4강 외교에서 탈피하며 외교 다변화에 나서는 정부에 있어 주요 파트너로 수년 전부터 자리매김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글로벌 사우스 지역 외교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글로벌 사우스 지역 중 한 곳의 지역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외교관 장기연수가 단순한 개인 차원의 포상 유학이 아니라 중장기 외교 전략과 직결된 투자"라면서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언어·정치·경제·사회 전반의 이해는 단기간 파견이나 현안 대응만으로 축적되기 어려운데 장기연수 마저도 선진국 위주라 아쉽다"고 짚었다.


이 같은 미국 연수 쏠림에는 국가 외교 전략보다는 외교관 개인의 커리어와도 연관이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생 외교관 시대가 저물고 외교관들이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대관 담당자로 전직하면서 스펙이 될 수 있는 영미권 대학의 학위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배 의원은 "급변하는 국제정치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고 국익 중심 외교를 실현하기 위해 외교 다변화는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김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