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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환헤지 확대' 또 만지작…"장기 수익률 해쳐" 우려

최용준 기자,

김찬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5 18:13

수정 2026.01.25 18:13

외환시장 안정화 카드로 부상
'10%' 환헤지 비율 조정 검토
20% 확대 시 150조원대 헤지
'환율 방어 수단' 관행화 경계
기금운영 자율성 훼손 지적도
국민연금 '환헤지 확대' 또 만지작…"장기 수익률 해쳐" 우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연금의 '환헤지 비율 조정' 카드가 다시 정책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최대 10% 수준인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더 높여 달러 공급을 늘리면 환율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반면 환노출이 장기 수익률과 분산 투자에 유리한 만큼 연금 기금을 사실상 환율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맞서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 환헤지 비율 늘릴까

25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전략적 환헤지 비율 조정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정태규 국민연금공단 연금이사는 이달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환헤지 비율과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략적 환헤지는 해외자산의 일정 비율을 선제적으로 헤지해 환율 변동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다. 선물환·옵션 등을 활용해 달러를 매도하는 구조여서 실행 시 외환시장에는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7년 환헤지 체계를 도입했지만, 비용 부담과 장기 투자 성격을 고려해 2009년 해외주식·대체투자, 2015년 해외채권의 최소 헤지 비율을 모두 0%로 낮추며 사실상 환오픈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자 2022년부터 시장 상황에 따라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적 환헤지를 다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해외자산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이를 운용하고 있다. 비율 조정은 법 개정 없이 기금운용위원회 의결만으로 가능해 정책 실행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응 수단으로 꼽힌다.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자산은 약 771조원이다. 환헤지 비율을 15~20%로 높이면 헤지 규모만 115조~154조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안정 효과' vs '수익률 훼손'

다만 환헤지 확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뚜렷하게 갈린다. 확대론은 국민연금의 커진 해외투자 비중을 고려하면 환율 변동 자체가 수익률 리스크가 된 만큼 일정 수준의 헤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기금 감소 국면에서 해외자산 매각이 늘어날 경우 환율 수준에 따라 실제 회수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금 생애주기를 감안하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의 시장 영향력이 큰 만큼 안정 장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노출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분산 효과를 낸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외 주가와 환율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환차손이 주가 상승으로, 주가 하락이 환율 상승으로 일부 상쇄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환헤지를 확대하면 이런 완충 기능이 줄어들고, 헤지 비용까지 발생해 장기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주가가 하락할 때 환율이 상승하면 손실이 일부 보완돼 변동성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환헤지를 확대하면 이런 완충 기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물환 등 헤지 수단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유동성 부담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책 목적의 활용 자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율 안정을 이유로 연금 운용 전략을 조정하는 선례가 반복되면 기금 운용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기금 전문가는 "환율 상황에 따라 연금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이 관행화되면 장기 투자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