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실패 낮은 선택 경향
방송 타거나 유행 품목으로 몰려
#. 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메뉴판 한쪽에 디저트 항목을 추가했다. 초밥이나 덮밥과는 어울리지 않는 '두바이 쫀득 쿠키'다. A씨는 "본업과 무관한 메뉴지만, 뭐라도 해야 살아남는다는 심정으로 매일 아침 쿠키를 만든다"고 토로했다.
방송 타거나 유행 품목으로 몰려
외식 시장 내 극심한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소수 매장에 소비가 쏠리고 있다. 상당수의 음식점들이 최근 유행하는 메뉴를 도입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돌파구가 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에 출연한 셰프들이 운영하는 매장들은 내달까지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실제로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의 식당 '모수'는 이미 4월까지 예약이 끝났으며, 손종원 셰프의 식당 '라망시크레', '이타닉 가든' 모두 2월까지 예약이 가득 찼다.
외식 시장의 전반의 지표는 이와 대조적이다. 외식통계조회시스템을 보면 국내 외식 결제 건수는 2023년 2억3368만건에서 2024년 1억9106만건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1억8499만건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외식 매출액도 4조4462억원에서 4조2778억원으로 축소됐다.
불황이 장기화되자 음식점들은 유행 아이템을 운영 전략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확산되면서 국밥집, 초밥집 등에서도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 매장은 식사 메뉴 주문 시에만 두쫀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거나 세트 구성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인질 판매'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업주들은 '신규 유입 손님을 모으고 객단가 하락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불황기에 나타나는 소비 쏠림과 외식 시장 내 양극화 현상으로 보고 있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임금이 낮아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지출을 효율적으로 쓰려 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기 위해 이미 알려진 선택지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황기에는 소비를 끊기보다 실패 가능성이 낮다고 인식되는 소비만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방송이나 SNS로 알려진 가게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지로 받아들여지면서 외식 시장 안에서도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인식 변화 역시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음식 소비는 영양 섭취보다 경험의 의미가 커졌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또래 집단과의 소속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특정 메뉴나 콘텐츠에 관심이 반복적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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