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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집서 개 육포까지 훔치는 엄마"..집엔 '훔쳐 가지 마시오' 적힌 수건 여러 개 [헬스톡]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6 06:44

수정 2026.01.26 08:40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가는 곳마다 도벽 증세를 보이는 엄마 때문에 고민이라는 4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지난 23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돈을 내고 어디든 갔다 오면 뭐라도 하나 챙겨 왔다"고 말했다.

이어 "식당에서는 이쑤시개나 사탕을 한 움큼씩 가져왔고, 목욕탕에서는 수건을 하나씩 챙겨왔다"며 "집에는 '훔쳐 가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는 수건도 여러 개 있다"라고 했다.

A씨는 "어머니는 비행기를 탈 때도 기내에 있는 담요를 가져왔다"며 "내가 '이러지 마. 왜 그래'라고 하면 어머니는 '이거 다 비행기 티켓값에 들어간 거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심지어 A씨의 어머니는 자식들의 물건도 가져갔다고 한다. 먼 곳에 사는 어머니가 손주들을 보러 종종 왔는데, 어머니만 다녀가면 물건이 하나둘씩 없어진 것이다.

A씨는 "어머니가 떠난 뒤에는 간식이 눈에 띌 만큼 많이 사라져 있고, 두루마리 휴지도 항상 2~3개씩 없어진다"면서 "비싸거나 좋은 물건은 아니다. 말만 하면 줄 수 있는 물건들을 자주 챙겨가신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아버지가 퇴직 공무원이어서 연금을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도 가져간다"라고 토로했다.

A씨 어머니의 도벽은 갈수록 심각해졌다. 하루는 올케네 집에서 육포를 가져와 아버지와 함께 먹었다가 크게 탈이 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육포는 반려견용이었고, 유통기한까지 지난 상태였다.

또 최근에는 매일 찾던 노인복지관 이용 정지 처분을 받았다. 김치, 과일을 몰래 훔친 것도 모자라 화단에 있던 꽃을 훔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A씨는 "너무 창피하고 죄송한 마음에 변상금을 내고 돌아왔다. 엄마에게 정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걱정된다"라고 털어놨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이분을 알뜰하다는 정도로 보면 안 될 것 같다. 충동 조절을 못 하는 도벽인 것 같다. 어머니를 비난하거나 화내도 들을 것 같지 않다"면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얘기해주며 행동을 조절해야 한다. 심할 경우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절도의 목적이 훔친 물건이 아니라 훔치는 행위

도벽은 개인적으로 필요하지 않거나 금전적 가치가 없는 물건을 훔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반복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질환이다. 이는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훔치기 전 긴장감이 고조되고 훔친 후에는 만족감이나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절도의 목적은 훔친 물건이 아니라 훔치는 행위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병적도벽은 전 인구의 0.3~0.6%로 추정되며 이중 여성이 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아직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부모의 이혼 등 중요한 관계의 종결과 같은 큰 스트레스가 있을 때 발현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죄책감과 수치를 느끼고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돈 보다는 식품이나 일회용 생활용품 등을 훔치는 경향이 많다.

도벽은 불필요한 물건을 훔치려는 저항할 수 없는 충동이나 욕구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핵심 증상이다.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고 수치스럽게 여겨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도벽의 횟수는 월 1회 이하에서 120회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대부분의 도벽 환자들은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지만 집안 식구의 물건을 훔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 후반에 시작된다. 병의 경과는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지만 만성적인 경향을 가진다.
치료 효과는 좋을 수 있으나 자발적으로 치료적 도움을 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울대병원에 다르면 치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의 의지가 강하다면 정신치료적 요법이 효과가 있다.
다만 치료에 대한 동기가 부족한 경우 행동치료요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