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이재명 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2기의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한다. 이전 민주당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을 선언한지 8년 7개월여만에 '탈원전 백기'를 선언한 셈이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이념 중심에서 현실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신호가 될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11차 전기본의 신규원전 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기후부는 제11차 전기본의 신규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두차례 정책토론와 2개 기관을 통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이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포기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지난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장면은 한국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처음으로 ‘탈원전’이라는 이름 아래 공식 전환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8년, 정확히 3143일이 지난 2026년 1월 26일, 이재명 정부는 다시 원전 확대 기조를 전면에 내걸었다. 사실상 ‘탈원전 백기’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핵심 논리는 안전과 탈탄소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컸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원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원전 감축이 곧바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직결되지는 않았다. 공백을 메운 것은 태양광이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였다. 온실가스 배출은 줄지 않았고, 전력 생산 단가는 오히려 높아졌다.
전기요금 문제는 탈원전 정책의 가장 뚜렷한 후유증으로 남았다. 2021년 이후 국제 연료 가격 급등과 맞물리면서 한전의 적자는 누적 40조 원을 넘어섰다. 원전 이용률을 낮춘 상태에서 LNG 발전 비중을 높인 구조가 전력 원가를 끌어올렸고, 결국 요금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안전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분은 가계와 기업의 전기요금 고지서 앞에서 설득력을 잃었다.
김 장관은 “기후대응을 위해 탄소배출을 전 분야에서 감축해야하며, 특히 전력분야의 탄소감축을 위해 석탄·LNG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으므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후부는 ESS·양수발전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과 탄력운전을 통한 원전의 경직성 보완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AI·전기차 확대 등에 따른 전기화 수요를 예측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믹스와 분산형 전력망 계획 등을 과학적·객관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기후부는 이번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 과제를 포함하여, 다양한 형식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향후 국민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제11차 전기본상의 신규원전은 조만간 한수원의 부지공모를 시작으로 약 5~6개월간의 부지평가·선정 과정을 거쳐, 2030년대 초 건설허가 획득과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관련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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