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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 총기 소지에도 美 이민 요원 총격…'정당방위' 주장에 여야 모두 반발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6 17:06

수정 2026.01.26 17:04

이전까지 정부와 보조 맞추던 총기 소지권 옹호 진영도 반발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도심에서 이민단속국(ICE)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도심에서 이민단속국(ICE)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르네 니콜 굿에 이어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까지 사망한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과 총기 옹호 진영이 들썩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프레티를 사살한 요원의 행동이 정당했는지' 질문을 받자 즉답을 피하면서 "들여다보고 있으며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프레티가 현장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장전된 총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토안보부(DHS)는 프레티가 권총을 소지한 채 요원들에게 접근했고, 무장 해제하려는 과정에서 총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개된 영상에는 프레티가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요원들을 촬영하던 중 제압됐고, 총을 꺼내려 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 이후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례적으로 비판이 잇따랐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사망자가 미국 시민이자 합법적인 총기 소유자였다는 점이 보수 진영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는 이유로 꼽혔다. 리사 머카우스키 연방 상원의원(알래스카)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백지 위임장'을 부여 받은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으며, 빌 캐시디 연방 상원의원(루이지애나) 역시 연방 정부와 주 수사당국의 합동 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대응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크리스티 놈 DHS 장관에 대한 탄핵까지 거론했고, 이민 단속 예산이 포함된 세출 법안 패키지 통과에 반대하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정치적 점수를 따기 위해 긴급 대응 예산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반발했다.

논쟁은 총기 소지권 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다. 연방 정부가 피해자의 '총기 소지 자체'를 총살의 정당화 근거로 제시하자 그동안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해온 보수 진영 단체들마저 반발하고 나섰다. 전미총기협회(NRA)는 "책임감 있는 공직자라면,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한 시민들)을 악마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총기 소지를 헌법적 권리로 옹호해온 정부가 이번 사건에서는 이를 사살의 근거로 삼는다면, 이는 '이중잣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스피처 뉴욕주립대 명예교수는 "이번 사건 때문에 미국인의 무기 소장권을 보장하는 수정 헌법 2조가 지향하는 현실에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미네소타 사건은 슬로건과 이데올로기가 현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연방 국경순찰대(USBP) 요원의 지휘관인 그레고리 보비노가 사망자를 '범죄 용의자'로 지칭하며 책임을 희생자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자,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 1000여명의 시위도 이틀째 이어졌다.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마야 리는 현지 언론에 "누가 우리를 보호해야 할 요원인지, 아니면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됐다"며 "간호사로서 사람들을 돕던 프레티가 이런 방식으로 죽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