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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공작원 접촉' 민간 연구위원, 항소심서도 혐의 전면 부인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6 16:15

수정 2026.01.26 16:15

"北공작원 여부 입증 안 돼"…검찰 "중대 범죄·재범 우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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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북한 공작원과 접촉·통신하며 국내 동향을 보고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민간 연구위원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차영민 수석부장판사)는 26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검사와 피고인 양측은 형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며 쌍방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도 이씨는 1심에서 인정된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북한 공작원'이라고 지목된 '고니시'라는 인물이 "실제 공작원인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해당 인물과의 통신으로 위험성이 발생했는지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국가정보원의 함정수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확보한 관계자 진술과 압수 증거에 대해 적법한 압수수색을 거치지 않은 "위법수집증거"라며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이씨는 직접 발언에 나서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제기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은 진보운동을 북한 공작과 연계해 탄압하는 전근대적 법"이라며 '주변적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잘못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 범죄는 매우 중대하고, 피고인은 과거 전력이 있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범 우려가 높고 수사·재판 과정에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 형이 과경(과도하게 가볍다)하다"고 반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내달 23일 다음 공판을 열고 본격적인 증거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씨는 국내에 잠입한 북한 공작원과 네 차례 접촉해 국내 진보 진영 동향 등을 보고하고, 암호화된 지령문과 보고문 송·수신 방법을 교육받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 2021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구체적으로는 2018~2019년 북한 대남공작기구가 해외 웹하드에 올린 암호화 지령문을 내려받아 보고문 14건을 5차례에 걸쳐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공작원은 이후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또 주체사상과 세습·독재, 선군정치, 핵무기 보유 등을 옹호·찬양하는 내용의 책자 2권을 출판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북한 문화교류국에 여러 차례 불상의 지령을 받고 보고했고, 북한을 동조하는 출판물을 제작해 판매했다"며 "위험성이 명백하고 방치할 시 사회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씨의 저서에 대해서도 '북한에 동조하는 출판물'이라고 봤다.

이씨는 2006년 이른바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사건은 민주노동당 인사들이 북한 공작원에게 국내 동향을 보고한 사실이 적발된 사례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