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이 메모리 시장의 ‘수급 대란’을 장기화시키며, 스마트폰·PC 등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에도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사신 가지(Sassine Ghazi) 시놉시스(Synopsy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공급난이 2026년과 2027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상위 업체들의 메모리 물량 대부분이 AI 인프라로 직행하고 있다”며 “다른 제품들도 메모리가 필요한데, 생산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아 다른 시장은 사실상 굶주린(starved) 상태”라고 말했다.
메모리 칩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같은 소비자 기기의 핵심 부품이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에는 수백억달러 단위의 자금이 계속 투입되고 있다. AI 모델 학습·추론을 위한 서버 증설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수요가 ‘천장 뚫기’ 수준으로 치솟았고, 그 결과 가격도 전례 없는 속도로 올랐다. 이런 가격 상승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급 확대는 쉽지 않다.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Micron) 등 주요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공장이 실제로 가동되기까지는 “최소 2년”이 걸린다는 게 가지 CEO의 설명이다.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메모리 가격은 전통적으로 공급 부족과 과잉을 반복하는 사이클 산업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일부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을 ‘슈퍼 사이클(super cycle)’로 부르기 시작했다. 가지 CEO는 “지금은 메모리 업체들에게 황금기(golden time)”라고 평가했다.
가격 부담은 완제품 업계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레노버(Lenovo)의 윈스턴 청(Winston Cheng)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메모리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지목했다. 그는 “이번 사이클에서는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매우 확신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업계도 인상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중국 샤오미(Xiaomi)는 지난해 모바일 기기 가격 상승이 2026년에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놉시스의 가지 CEO는 “가격 인상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노버는 전 세계 30개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일부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 CFO는 소비자 기기 부문이 “가격 수요 측면에서 약간 타격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PC·노트북 교체 수요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이다. 청 CFO는 PC 사용자들이 2021년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11으로 업그레이드를 계속하고 있다며 “교체 사이클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인상은 전자제품 시장에서 먼저 저가 제품군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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