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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속 달러가치, 넉달 만에 최저...금값, 5100달러 돌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7 02:55

수정 2026.01.27 02:59

[파이낸셜뉴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속에 26일(현지시간) 미국 달러화 가치가 넉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일본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로이터 연합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속에 26일(현지시간) 미국 달러화 가치가 넉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일본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로이터 연합

미국 달러화 가치가 26일(현지시간) 넉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금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100달러를 돌파했다.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공조에 나설 것이란 전망 속에 일본 엔화 가치는 치솟고, 미국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다.

이런 가운데 싼값으로 엔화를 빌려 미국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달러, 넉 달 만에 최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엔화는 달러에 대해 가치가 1.1% 뛰면서 154엔까지 값이 치솟았다.



지난 23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이른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통해 시장에 엔 강세를 강력히 경고했다는 보도 뒤 치솟기 시작한 엔 가치가 더 뛰었다.

레이트 체크는 단순히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전화를 걸어 현재의 환율을 묻는 것이지만 언제든 시장에서 외환을 사고팔아 환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간주된다.

달러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융시장 개입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은행의 레이트 체크 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겹치며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미니애폴리스 강경 작전으로 미 시민권자 두 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다시 불거진 연방정부 셧다운(임시 업무 중단)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영유권 주장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 등이 겹쳤다.

15년 만의 미일 공조

엔 가치 상승은 미국과 일본이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할지 모른다는 전망 속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UBS 자산운용의 다중자산전략 책임자 에번 브라운은 “이번 메시지는 미 행정부가 의미 있는 달러 강세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만약 그렇게 되면 달러 상승세를 제한하고, 하강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기관투자가들이 달러 가치 변동에 대응해 헤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시장 개입 의지가 확인되면서 달러 약세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 5100달러 돌파

금 가격은 이날 2% 넘게 뛰며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100달러를 넘어섰다. CNBC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전장 대비 2.4% 급등해 온스당 5102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폭 일부를 내주며 온스당 5086달러를 기록했다. 금 2월 인도분 역시 2.2% 급등해 온스당 5089달러에 거래됐다.

‘가난한 자들의 금’이라는 별명이 있는 은 가격 역시 현물 가격이 4.9% 급등해 온스당 107.9달러로 치솟았다. 은 3월물은 13.5% 폭등해 115달러로 뛰었다.

“엔 캐리 청산 대비해라”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씨앗이 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하게 예측해 부와 명성을 얻은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25일 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비하라고 충고했다.

당시 상황을 다룬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버리는 자신의 유료 구독자들에게 엔 캐리 청산은 이미 한참 전에 일어났어야 한다면서 언제 청산돼도 이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유료 서브스택 채널인 ‘카산드라 언체인드(Cassandra Unchained. 사슬에서 풀려난 카산드라)’에서 뉴욕 연방은행의 시장 개입과 일본 당국의 구두 개입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리는 이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미국 시장은 그야말로 피바다가 될 것이라며 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에서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자금 규모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추산 규모가 상당하다.

가장 공격적인 분석을 내놓은 곳은 도이체방크로 20조달러(2경8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진작에 자금이 철수하기 시작했다며 미청산 규모를 약 500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버리는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자금이 2000억~3000억달러라면서 이 자금이 단기간에 동시에 탈출할 때 뉴욕 금융 시장에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엔 가치가 1%만 변해도 수십조원의 자금이 움직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특성을 감안할 때 미일의 공조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 판도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