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美, 눈폭탄…사망자 속출·전력망 흔들, 가스가격도 급등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7 09:49

수정 2026.01.27 09:49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한 어린이가 눈썰매를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한 어린이가 눈썰매를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지난 주말 사이 미국 전역에 대규모 폭설과 한파가 몰아치며 수십 명이 사망했고, 1만 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대규모 정전 사태도 이어졌으며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다. 폭설은 멈췄지만 당분간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돼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미 국립기상청(NWS)은 약 2억 명의 미국인에게 한파·빙우·극한 기온 경보를 발령했다. 동부 3분의 2 지역에서 기록적인 최저 기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화씨 영하 50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북부 평원에서 북동부까지 영하의 기온이 휩쓸고, 남쪽으로는 멕시코만 연안까지 영하의 기온이 이번 주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눈폭풍에 사망자·정전 속출


이미 주말 사이 눈 폭풍이 미국을 덮쳤다. NWS에 따르면 이번 눈 폭풍으로 뉴멕시코에서 메인주에 이르는 최소 19개 주에 3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보스턴 일부 지역에는 약 43cm의 눈이 쌓였고, 뉴어크는 30cm 이상, 맨해튼 일부 지역은 약 38cm를 기록했다.

사망자도 속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소 18명 이상이 숨졌다. 뉴욕에서는 주말 동안 최소 5명이 야외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캔자스주 엠포리아에서는 28세 초등학교 교사가 눈에 덮인 상태로 발견됐다. 폭풍 관련 사망 사례는 루이지애나, 미시간, 텍사스 댈러스-포트워스 지역과 오스틴 등에서도 보고됐다. 테네시주 보건국은 최소 3건의 기상 관련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력망도 흔들리고 있다. 정전 집계 사이트 ‘파워아웃티지닷US(PowerOutage.us)’에 따르면 26일 오전 기준 약 80만 가구와 사업장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피해는 남부에 집중됐다. 테네시는 25만 건, 미시시피는 약 15만4000건, 루이지애나는 12만7000건의 정전이 보고됐다. 내슈빌 전력공사는 약 17만5000명의 고객이 여전히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폭풍으로 정전은 한때 23만 건까지 치솟아 단일 시점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시시피 전력업체 노스이스트파워의 키스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는 AP통신에 “복구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편도 마비됐다. 25일에만 1만2500편 이상의 미국 항공편이 취소됐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하루 기준 최다 취소 기록이다. 26일 오전에도 4200편 이상이 취소됐고, 2400편은 지연됐다.

동부 주요 공항의 운항 차질은 특히 심각하다. 보스턴 로건, 존 F. 케네디, 라과디아, 뉴어크, 레이건 내셔널 공항에서는 출발편의 상당수가 취소됐다. 보스턴 로건 공항 출발편의 약 60%, 뉴욕 3대 공항 출발편의 약 45%가 취소됐다. 항공사들도 운항 축소에 나섰다. 아메리칸항공은 예정된 항공편의 25%를 취소했고, 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은 각각 약 10%의 운항 일정을 줄였다.

26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에 폭설로 인한 미국행 항공기 지연 안내가 표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에 폭설로 인한 미국행 항공기 지연 안내가 표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연가스 가격 3년 만에 최고


미국 천연가스(LNG) 가격은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오전 장중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6.29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0% 가까이 올랐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MMBtu당 6달러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발 수요 확대로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12월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현물 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이 더 극단적이었다. 주말 동안 미 북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백만BTU당 50~100달러까지 치솟았고, 이날에는 약 15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미국 북동부·중서부 지역에서 6700만 명 이상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은 이날 겨울철 전력 수요 신기록이 세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측면도 흔들리고 있다. 혹한으로 천연가스를 생산·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이 얼어붙으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신용평가사 S&P 자료에 따르면 이날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은 하루 만에 9% 줄었고, 감소분은 텍사스와 미 중부 지역에 집중됐다.

뉴욕 기반 헤지펀드 갈로파트너스의 마이클 알파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 전역을 덮친 강한 한파에 상당수 투자자들이 대비하지 못했다”며 “일부는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베팅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적인 기상 시스템이 대기 중이어서 가격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