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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효과? 美 조강 생산량, 日 제치고 세계 3위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7 10:26

수정 2026.01.27 10:26

트럼프 관세 정책에 생산 확대…미국 조강 8,200만t
AI 데이터센터·발전소 건설 붐, 철강 수요 급증
미국 내 가격 상승·내수 탄탄…외국 자본도 투자 러시
중국발 공급 과잉 속 글로벌 철강 시장 ‘양극화’ 심화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일본, 대만, 중국 수익 환경 어려워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지난해 미국의 조강(粗鋼) 생산량이 26년 만에 일본을 넘어서며 세계 3위를 차지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7일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배경으로 대형 철강사들이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건설 붐이 철강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세계철강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조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8200만t으로 집계됐다. 2년 만에 증가 전환이자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앞선 것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조강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미국의 조강 생산 증가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6월에는 이를 50%로 인상했다. 수입 철강 가격이 상승하자 국산 철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 미국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확대했다.

관세 영향으로 미국 내 철강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 스틸벤치마커에 따르면 제조업 등에 사용되는 열연강판(핫코일)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t당 983달러로 지난해 5월 하순(993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수출 가격의 약 2배 수준이자 지난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당시보다 약 30% 상승한 것이다.

미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내 철강 출하량은 전년 동월 대비 5% 증가했다.

특히 수요가 늘고 있는 분야는 AI 수요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과 발전소용 철강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민간 건설 지출(비주거 부문) 중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는 지난해 1월까지 2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가격 상승과 탄탄한 내수를 갖춘 미국 시장은 외국 자본에도 매력적인 기회가 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지난해 6월 약 141억달러에 US스틸을 인수한 일본제철은 향후 수십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해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고급 강재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스틸 다이내믹스(SDI)는 호주 SGH와 손잡고 호주 최대 철강사 블루스코프스틸을 132억호주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SDI의 목적은 블루스코프의 북미 사업 확보다. 블루스코프는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에 연간 33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동차·건설용 강재에 강점이 있다.

SDI는 미국 철강업계 4위, 전기로 부문에서는 뉴코어에 이어 2위다. 원재료 재활용부터 가공·제조·물류까지 미국 내에서 완결하는 효율적 생산 체계가 강점으로 블루스코프 인수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다만 블루스코프 이사회는 지난 7일 기업 가치가 과소평가됐다며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SDI 진영이 인수 금액을 상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과 달리 전세계 철강을 둘러싼 환경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세계 철강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건설용 철강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남는 저가 철강이 수출로 유입되면서, 글로벌 철강 시황이 악화되고 있다.

야마구치 아쓰시 SMBC닛코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인도·유럽 등) 보호무역으로 수입 철강을 억제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에 철강 시황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며 올해 이후 시장의 양극화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한국·대만·중국 철강업의 수익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