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탈모를 안 순간, 포기하려는 당신에게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7 14:00

수정 2026.01.27 14:00

탈모의 원인이 '유전'에 있다면 그는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빠르게, 성실하게 관리해야 할 이유'가 된다. 당뇨나 혈압을 평생 관리하며 살아가듯 탈모 역시 평생 관리할 '체질'로 파악하라는 것. 또한 최근 연구에서도 탈모가 호르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낭 환경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유전성 탈모, 포기하기엔 이르다. 사진: 언스플래쉬
탈모의 원인이 '유전'에 있다면 그는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빠르게, 성실하게 관리해야 할 이유'가 된다. 당뇨나 혈압을 평생 관리하며 살아가듯 탈모 역시 평생 관리할 '체질'로 파악하라는 것. 또한 최근 연구에서도 탈모가 호르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낭 환경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유전성 탈모, 포기하기엔 이르다. 사진: 언스플래쉬

[파이낸셜뉴스] “아버지도 대머리였는데, 나도 어쩔 수 없겠지.” 유전으로 인한 탈모를 알게 된 순간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전성 탈모는 한 가지 유전자로 설명되지 않으며 포기할 만큼 어려운 병도 아니다.

편집자주: 김진오 원장은 '모발의 신'이라고 자처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MBC <나혼자산다>를 비롯해 EBS <평생학교> MBN <특집다큐H>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은 기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고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며 탈모를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앞으로 김진오 원장이 파이낸셜뉴스에 칼럼을 연재합니다. '모발의 신' 김진오 원장이 들려주는 탈모의 A to Z를 기대해 주세요.

같은 탈모 유전자라도 정도와 속도에 차이,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현...

유전성 탈모는 여러 유전자가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은 모낭이 호르몬에 유난히 예민하고, 어떤 사람은 염증이나 노화 자극에 더 취약하다. 이런 차이들로 탈모의 시작 시기와 진행 속도, 치료 효과가 달라진다. 같은 집안에서도 탈모의 정도와 속도가 차이나는 이유다.

그동안 탈모를 설명할 때 남성호르몬에 대한 내용이 거의 전부를 차지했다. DHT라는 호르몬이 모낭을 위축,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게 만들어 결국 탈모가 온다는 설명이다. 틀리지 않았다. 다만 요즘 연구들을 보면 탈모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발견됐고, 이 유전자들이 호르몬만이 아니라 모낭의 성장 신호, 염증 반응, 세포 노화 같은 과정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탈모가 ‘호르몬'만의 문제라기보다 ‘모낭 환경 전체의 문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진피유두 같은 핵심 세포에 몰려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당장 치료법이 바뀐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앞으로 치료 방향이 더 정밀해질 수 있다.

성별, 인종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탈모 연구 결과

남성과 여성의 탈모가 똑같지 않다는 점도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남성 탈모에서 중요하게 보이는 유전 신호가 여성 탈모에서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여성에서만 의미 있게 나타나는 유전 변이가 따로 보고됐다. 남성 탈모 연구 결과를 여성에게 적용하면 설명이 들어맞지 않는 이유, 여성 탈모가 더 복잡해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인종 차이도 비슷하다. 지금까지의 탈모 유전 연구는 주로 유럽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탈모 위험 점수’가 다른 집단에서 예측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집단을 따로 분석하는 연구들이 나왔다. 탈모 유전이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 발견한 것은 체질을 파악한 것, 오히려 좋아

여기까지 들으면 유전이라는 게 더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바꿔서 보면 유전이 강하다는 말은 탈모가 더 빨리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지, 치료가 무력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관리 전략을 더 일찍 세워야 할 이유가 된다.

탈모를 고칠 ‘병’으로만 보면 실망이 크다. 한 번 좋아졌다가 다시 빠지면 더 좌절한다. 관리해야 할 ‘체질’로 보면 관점이 바뀐다. 혈압이 높은 체질을 가진 사람이 평생 약과 생활 습관으로 조절하듯, 유전 탈모도 비슷한 구조다. 문제는 탈모가 생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개입하고, 관리하느냐다.

치료 반응의 개인차를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다. 예를 들어 미녹시딜은 모낭 안에서 활성형으로 바뀌어야 효과를 내는데, 이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 활성 정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 같은 약을 써도 누구는 잘 듣고, 누구는 반응이 약한 이유를 설명해 줄 실마리다. 탈모 치료가 점점 더 개인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는 최근의 흐름을 증명한다.

아직 유전자 검사를 해서 치료를 정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 당장 임상에서 쓸 만큼 검증된 유전 마커는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이유도 없다. 탈모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건 유전자 검사 결과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요소들이다. 두피 상태, 염증, 피지와 각질 환경, 생활 습관, 동반 질환, 그리고 무엇보다 치료를 얼마나 꾸준히 이어가느냐 같은 것들이다.


유전이 강하다는 말은, 모낭이 원래부터 호르몬과 염증, 노화 자극에 더 예민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유전성 탈모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걸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근거로 쓰지 않는 것이다.
“나는 어차피 빠질 사람이다” 대신 "남들보다 더 일찍 관리 전략을 세워야지" 혹은 "나의 취약점을 알게 됐으니 잘 활용해야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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