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레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국회의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안) 심의가 급물살을 탔다. 국민의힘이 비준동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긴 하지만, 관세 부담을 줄이는 게 먼저라는 인식에서 협의의 여지를 두고 있다.
여야, 관세폭탄에 '네 탓 공방'
국회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발언에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를 호출했다. 재경부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를 찾았고, 산업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에게 현황을 보고했다.
이날 복수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에 따르면, 정부는 상시적인 미 측과 소통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관세 인상 통보 조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민주당은 2월 내, 늦어도 3월 초까지는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며 국민의힘에 협력을 요구했다. 지난해 관세합의 당시부터 국민의힘이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점을 부각해 탓을 돌리면서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관세합의 MOU(양해각서) 내용을 보면 비준 대상이 아님을 확실히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야당을 설득하는 게 한참 동안 있었다는 것을 미 측에 잘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이 특별법안을 발의한 뒤 여태 심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적이 없고, 국민의힘의 비준동의 요구에 대해서도 협의에 나선 바도 없다면서다. 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으로 여러 쟁점법안들을 단독처리해왔다는 점에서 야당 탓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경위원장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구 부총리와 면담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가지고 있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국회법상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토론)를 해도 쟁점법안들을 밀어붙였는데, 야당 때문에 못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대미투자 재정 부담이 크니 민주당도 여야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별법상 국회 권한 두고 여야 협상 전망
일단 이날에는 여야가 부딪히는 양상을 보이지만, 관세 인상 부담을 피하는 것이 시급한 만큼 조만간 대미투자특별법 협의에 나설 전망이다. 본격화되는 시점은 재경위와 산자위, 외교통일위 등 관련 상임위 현안질의 이후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국회에서 불찰을 인정하는 것을 명분 삼아 여야가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산업부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특별법이나 비준동의나 방식이 다를 뿐 여야 모두 관세합의를 수용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입법절차에 대해 미 측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으니 정부에 적극 설명하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산자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29일 미국으로 향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 관세 인상 조치 배경을 물을 예정이다. 김 장관이 귀국해 산자위 현안질의에서 자초지종을 보고한 뒤부터 여야 협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여야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회 비준동의 없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로 결론지어질 공산이 크다. 관세 인상 시점이 미지수라 급박한 데다, 미국과 관세합의를 한 국가들 중 의회 비준을 받은 경우는 없는 상황이라서다. 비준은 구속력이 더 강하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관세를 올린 이번 사태처럼 ‘몽니’를 부릴 위험을 고려하면, 국회 비준을 건너뛰고 MOU 형식을 유지해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도 시급성을 감안해 특별법 논의에 임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별법안 내용에 야당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다. 6건의 법안 중 민주당 발의 5건은 기금 운용과 자산 처분 등에 대한 국회 보고만 규정한 반면, 국민의힘 발의안은 정부가 미 측에 사업을 제안하는 단계부터 국회의 허락을 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이해람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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