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기업난제 풀며 실무교육… 전략산업 인재 키우는 한국공학대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7 18:17

수정 2026.01.27 18:17

시화·반월 산단 내 정부 출연 대학
반도체·AI·첨단제조 인력 등 배출
엔지니어링 하우스 교내 100여곳
교수·학생·연구원 한자리에 모여
R&D 과제 등 해결하며 역량 개발
작년 정부 사업 1200억 규모 수주
졸업생40% 대기업·중견 취업 성공
고가 연구장비 집적된 공동기기원
'산학협력 거점'으로 경쟁력 갖춰
황수성 총장 "국가산업 근간 지탱"
한국공학대학교 전경 한국공학대 제공
한국공학대학교 전경 한국공학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시흥=장충식 기자】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인 경기 시흥시 시화·반월 국가산업단지의 한복판에 대한민국 공학교육의 핵심인 한국공학대학교(Tech University of Korea)가 위치해 있다. 한국공학대는 이름 그대로 현장 중심 공학교육으로 대한민국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대학이다. 27일 한국공학대학교에 따르면 정부가 출연해 설립한 이후 지난 30년 가까이 수도권 산업 현장에 필요한 공학 인력을 꾸준히 배출하며, 초급 실무 인력부터 현장을 이끄는 중간 관리자, 고급 기술 인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산업 전반을 지탱해 온 '산업의 일꾼'을 길러내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단기간 성과를 넘어 오랜 축적, 현재의 실질적 결과, 그리고 미래 확장성까지 함께 주목받는 공학 특성화 대학으로, 반도체·AI·첨단 제조 등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인재를 공급하는 전천후 기지로 진화하고 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함께 경쟁하는 '나노영 챌린지' 한국공학대 제공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함께 경쟁하는 '나노영 챌린지' 한국공학대 제공

■학부와 대학원의 경계를 허문 '현장 중심 교육'

한국공학대의 정체성은 '현장'이라는 단어 하나로 압축된다.

대부분의 공과대학이 이론을 배운 뒤 산학협력을 부수적으로 덧붙이는 방식이라면, 한국공학대는 철저히 역발상 모델을 택했다. 산업 현장의 실제 문제를 교육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그 핵심은 바로 '엔지니어링 하우스(Engineering House, EH)'로, 캠퍼스 내 위치한 100여개의 EH는 교수와 학생, 기업 연구원이 한 공간에 상주하며 정부 R&D 과제와 기업의 난제를 실시간으로 해결하는 '실전형 연구소'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정해진 답을 찾는 연습이 아니라, 아직 답이 없는 현장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체득한다.

이러한 현장 중심 교육은 학부와 대학원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한국공학대에서는 학부생이 고가의 연구·실험 장비를 직접 활용하며 대학원 수준의 실험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는 연구 중심 대학을 모방한 결과가 아니라, 산업 문제 해결 중심 교육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성과는 외부 평가에서 증명되고 있으며,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계급장 떼고 붙는 '나노영 챌린지' 등 각종 권위 있는 경연대회에서 한국공학대 학부생들이 대학원생들을 제치고 대상을 거머쥐는 일은 이제 이 학교의 '전통'이 됐다. 황수성 총장은 "우리 대학의 교육은 교실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며 "산업 현장의 갈증을 교육의 시작점으로 삼고, 학생들이 문제 해결의 전 과정을 주도하도록 설계된 구조가 한국공학대만의 독보적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공학대 반도체 실습 장면
한국공학대 반도체 실습 장면

■반도체 강자로 우뚝…1200억 규모 정부 사업 수주

한국공학대의 역량과 경쟁력은 정부와 산업계에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지난 2025년 기준으로 한국공학대가 수주한 정부 사업 규모는 1200억원을 돌파했으며, 특히 이 중 절반인 600억원 이상이 반도체 분야에 집중돼 있다.

최근 구축된 '반도체 종합교육센터'는 명실상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반도체 설계부터 공정, 장비, 패키징,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캠퍼스 안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이곳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기업들이 찾는 인력으로 성장하며 취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숫자만으로 보면 졸업생의 40%가 대기업 및 중견기업으로 진출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부터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전통의 제조 강국 기업들, 그리고 네이버, 크래프톤 등 IT 플랫폼 기업까지 진출하며 한국공학대 학생들은 산업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기업을 살리는 대학…'공동기기원'의 산학 공생 모델

한국공학대만의 경쟁력 중 또 한 가지는 산학협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공동기기원'을 꼽을 수 있다. 공동기기원은 반도체, 나노, 신소재, 기계·전자, 정밀계측 등 산업 핵심 분야의 수억∼수십억원대 고가 연구·시험 장비를 집적한 산학협력 거점으로, 자체 인프라와 인력이 부족한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기술 검증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은 저렴한 사용료만으로 한국공학대의 장비와 전문 인력을 활용해 시험·분석·공정 검증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기술 애로를 해결하고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바탕으로 공동기기원은 연간 10억원 이상의 사용료 수입, 누적 150억원이 넘는 실적을 기록하며, 기업들이 실제로 찾는 실전형 연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은 수익을 인프라에 재투자하고, 기업은 기술 장벽을 넘는 상생 구조가 완성된 모범사례다.

■AI 기반의 미래형 엔지니어 양성…TU 리서치파크 '산업 생태계 확장'

한국공학대는 이제 캠퍼스 담장을 넘어 더 넓은 산업 생태계로 향하고 있다. 정부·지자체·연구소·기업과 함께 TU 리서치파크를 조성하며, 교육·연구·기술 실증·사업화가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 확장 모델을 현실화하고 있다. 'TU 리서치파크'는 교육과 연구, 기술 실증과 사업화가 한곳에서 일어나는 거대 플랫폼이다.

여기에 'TU AI 캠퍼스' 구축을 통해 공학 교육에 AI·데이터 기반 기술을 결합한 미래형 교육 모델로의 전환도 준비 중이다. 이는 지금까지 축적해 온 현장중심 공학교육 성과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공학 인재를 'AI 기반의 미래형 엔지니어'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같은 성과와 전략을 통해 이제 한국공학대는 '잘 가르치는 공학대학'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의 현재를 떠받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계속 진화하는 공학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황수성 총장은 "우리 대학은 지난 30년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산학협력 체계를 갖춰왔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공학 특성화 대학으로서, 국가 산업의 근간을 지탱하는 인재 양성에 명운을 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공학대의 우수성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다.
정부 출연으로 시작해 30년 가까이 산업 인재를 길러온 축적, 산업 현장에서 출발한 교육 구조,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확장이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라며 "지금도 성과를 쌓아가고 있으며, 동시에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jja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