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같은 경기에는 같은 원칙을

최혜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7 18:40

수정 2026.01.27 19:19

최혜림 정보미디어부
최혜림 정보미디어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료방송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5년 전 대학교 전공 수업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 문장은 지금의 현실에 대입해도 이상하지 않다. 여전히 OTT와 유료방송은 '영상'이라는 동일한 서비스로 경기를 펼치면서도 다른 원칙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흑백요리사' '환승연애' '오징어 게임'은 방송일까. 콘텐츠 성격을 보면 분명 방송이지만 법적으로는 방송이 아니다. OTT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방송법이 제정된 2000년 이후 줄곧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요금제 설계다. 이용자들은 합리적인 요금제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자유로운 요금제 구성은 방송사업 경쟁력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OTT는 별도 규제가 없어 유연한 요금제 설계가 가능하다. 구독자 수요와 유행에 맞춰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는 물론, 배달 플랫폼·음악 앱과의 연계, 다른 OTT와의 협업을 통한 번들 요금제 등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유료방송은 과도한 요금 인상 방지를 이유로 최소 채널 상품과 결합상품 요금제를 만들 때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승인제에 묶인 탓에 만들어둔 요금제를 수요에 맞게 변경하는 것도, 새로운 요금제 구성에 자유롭게 도전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도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시장의 무게중심은 OTT로 기울었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OTT로 이탈하는 '코드 커팅'은 구조화됐다. 2023년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7% 줄며 10년 만에 역성장했지만 OTT 매출은 같은 기간 6.4% 늘었다.

K콘텐츠가 OTT를 업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다만 같은 경기에 다른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다. 비대칭적 규제가 이어진다면 유료방송 입지가 더 쪼그라들 것은 자명하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주도로 OTT와 유료방송을 아우르는 통합미디어법 초안이 나온 것은 유의미한 진전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낡은 규제 혁파를 강조하는 만큼 법안이 초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빠른 입법을 통해 신고제 기반의 유료방송 요금제 설계 전환과 재허가·재승인 제도 정비, OTT 이용자 보호 책무 부여 등 규제와 진흥을 아우르는 체계를 세워야 한다.
모든 사업자들이 바로 선 운동장에서 같은 원칙하에 경쟁해야 할 때다.kaya@fnnews.com 최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