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쿠팡 전방위조사'
정치적 공방은 바람직하지않아
정책·통상적 파급효과 따져봐야
정보 유출 재발 방지 보완 시급
정치적 공방은 바람직하지않아
정책·통상적 파급효과 따져봐야
정보 유출 재발 방지 보완 시급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쿠팡을 향한 11개 정부 기관의 전방위 조사를 놓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 사안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진실규명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대응 수위가 과도해질 경우 시장 불확실성과 정책 리스크 확대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쿠팡, 초기 부실 대응이 자초
27일 쿠팡 사태와 관련해 법률·경제·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들은 초기 리스크 대응 부실이 사태를 확산시킨 주요인으로 짚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개인정보 유출 자체보다도 사과와 해명 과정에서 드러난 대응 태도가 사태를 키웠다"며 "그동안 영향력에 의존해 봉합돼 왔던 문제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동시에 표면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 그 자체보다도 사과와 해명 과정에서 드러난 대응 태도가 신뢰를 더 크게 훼손한 측면이 있다"며 "이를 단순한 괘씸죄로 해석하기보다는, 기존에 누적돼 있던 문제들이 동시에 조사 대상이 된 결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짚었다.
IT 전문 이철우 변호사는 "행정기관이나 정치권도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쿠팡의 자체 조사 중심 해명과 대응 방식이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며 "개인정보 문제는 한 단면일 뿐, 그동안 리스크를 내부 통제와 절차로 관리하기보다 외부 대응에 의존해 온 운영 방식이 동시에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없던 문제를 새로 만들어낸 국면이라기보다는 누적됐던 사안들이 한꺼번에 조사 대상이 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범정부 차원의 조사 범위 확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건의 본질은 3000만명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지금은 이 문제에 집중해 진상을 명확히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안이 개인정보 문제를 넘어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정보 유출 재발을 막기 위한 보안 기준 개선과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전방위 조사 국면을 보다 중립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은 개인정보 유출에서 촉발됐지만, 그 과정에서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이슈들이 함께 드러나면서 조사 범위가 전방위로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미국 투자사의 문제 제기 등으로 논란이 한미 간 통상 이슈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지금은 감정보다는 법리와 팩트에 기반해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현 시점에서는 초반처럼 예단하거나 제재 수위를 앞서 단정할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며 "이제는 정부와 법 집행 기관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법에 따라 처분할 것은 처분하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구분해 판단하는 과정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초기에는 영업정지나 대규모 과징금 등 이론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들이 거론될 수 있지만, 지금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국익과 시장 안정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과도한 조사방식은 시장 리스크
'먼지떨이식' 조사 국면이 길어질수록 시장과 정책 전반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 사안에 대한 엄정한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조사 방식과 수위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과 정책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공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사건의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정쟁의 논리에 따라 대응 수위가 결정될 경우, 규제는 보호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권한이 동시에 작동하는 과잉 대응 구조는 특정 기업을 넘어 시장 전반에 정책 리스크를 확산시키고,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정보 축소나 서비스 운영 불안이라는 형태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조사 자체보다도 '조사 방식'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적 판단을 넘어 정책적·통상적 파급 효과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면서도 "조사 범위가 과도해지고 제재가 중첩될 경우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인한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고, 불필요한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차분하게 개인 정보보안 부분에 대해 완벽한 대응책을 마련해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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