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안정, 속은 빠르게 흔들리는 건보재정
흑자 착시 속 다가오는 적자 전환 시그널 '분명'
"재정 여력은 줄고 과제는 늘고.." 고심 깊어져
흑자 착시 속 다가오는 적자 전환 시그널 '분명'
"재정 여력은 줄고 과제는 늘고.." 고심 깊어져
[파이낸셜뉴스]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인 2025년에도 흑자 수지를 기록했지만, 흑자 규모는 가파르게 줄어들고 의료 이용 확대에 따른 지출 부담은 빠르게 늘어나면서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5년도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현금흐름 기준 4996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이로써 건강보험 재정은 5년 연속 흑자를 유지했으며, 누적 준비금은 30조2217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흑자와 달리 재정 구조의 내실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기수지 흑자 규모는 2024년 1조7244억원에서 1년 만에 5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하며 1조2248억원이나 줄었다.
흑자 폭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향후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의 흑자는 구조적 안정이 아니라, 지출 증가가 본격화되기 전의 마지막 완충 구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보험료 기반 약화와 의료 이용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재정 관리 방식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입 증가 둔화, 보험료 기반 약화 뚜렷
2025년 건강보험 총수입은 102조8585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7715억원(3.8%) 증가했다. 보험료 수입은 87조2776억원으로 4.0% 늘었고, 정부지원금은 12조4913억원으로 2.7% 증가했다.
그러나 총수입 증가율은 2022년 10.3%에서 2023년 6.9%, 2024년 4.4%, 2025년 3.8%로 매년 둔화되는 추세다. 보험료 수입 역시 장기적인 성장 둔화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직장보험료는 가입자 수 증가율이 0.5%에 그치고, 보수월액 증가율도 2.7%로 낮아지면서 증가율이 3.5%까지 떨어졌다. 저성장 고착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보험료 수입 기반이 구조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지출 증가 속도는 수입을 앞질렀다. 2025년 건강보험 총지출은 102조3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9963억원(5.1%) 증가했다. 이 가운데 보험급여비는 101조6650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8965억원(8.4%) 급증했다.
수가 인상과 비상진료 지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본격화된 데다 의료 이용량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다. 최근 몇 년간 둔화되던 보험급여비 증가율이 다시 크게 튀어 오른 점은 재정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2024년 전공의 이탈 사태로 경영난을 겪은 수련병원에 선지급했던 1조4844억원이 2025년 전액 상환되면서, 전체 지출 증가율은 일시적으로 완화됐다. 이를 제외하면 지출 증가 압력은 여전히 강한 상황이다.
“흑자지만 안심할 단계 아냐” 중장기 재정 부담 산적
건보공단은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흑자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저성장 고착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보험료 수입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필수의료 확충과 의료개혁 과제 이행,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상병수당 제도화 등 중장기적으로 막대한 재정 소요가 예상되는 정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2026년에는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국정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꼼꼼한 지출 관리와 건전한 의료 이용 문화 확산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건보공당은 그동안 적정진료추진단을 중심으로 근거중심의 급여분석 등을 통해 보험급여 지출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불법개설기관의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위법 행위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권한 제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또 연간 외래횟수 365회 초과 시 초과 외래 진료에 대해 본인부담률 90% 적용, 과다 외래이용 관리를 강화해 적정의료이용을 유도하는 한편 예방 중심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점차 강화할 계획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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