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무게는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상대를 깎아내려 얻는 웃음은 '폭력'일 뿐
[파이낸셜뉴스] 웃음을 위한 '무리수'라고 이해하려 해도 정도가 지나쳤다. 예능이라는 링 위에서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특정 종목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과연 그가 말하는 '예능감'인 것일까.
전 축구 국가대표 김남일이 보여준 모습은 솔직함이 아닌 무례함이었고, 카리스마가 아닌 아집이었다. 보는 내내 불편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JTBC '예스맨'에서 김남일이 쏟아낸 발언들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그는 KBO리그를 호령했던 투수 윤석민의 면전에서 "야구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대본에 의한 설정이든, 본인의 즉흥적인 발언이든 중요하지 않다. 방송을 통해 송출된 그 태도에는 타 종목에 대한 최소한의 리스펙트가 결여되어 있었다.
스포츠의 근간은 존중이다. 종목은 달라도 흘리는 땀의 무게는 같다. 그라운드의 크기가 다르고, 사용하는 공의 크기가 다를 뿐,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인내했던 고통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김남일 역시 태극마크의 무게를 견디며 그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렇기에 다른 종목의 국가대표 출신 선수를 향해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폄훼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땀방울마저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불과하다.
물론 예능은 예능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캐릭터를 잡기 위해, 혹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도발적인 멘트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건강한 도발'과 '불쾌한 비하'는 엄연히 다르다. 상대를 인정하면서 건네는 농담은 위트가 되지만, 상대를 깔뭉개며 얻는 웃음은 조롱일 뿐이다. 김남일의 화법은 명백히 후자였다. 함께 출연한 패널들이 낄낄거릴 때, TV를 지켜보는 수많은 야구 팬들은 모욕감을 느꼈다.
더욱 아쉬운 것은 그가 무시한 대상이 단순히 윤석민 개인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1200만 관중이 열광하는 한국 프로야구라는 거대한 문화를 '스포츠가 아닌 것'으로 치부했다.
팬들이 사랑하는 대상을 모욕하는 것은 그 팬들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다. 1200만 명의 팬들이 주말마다 야구장을 찾는 것은 그 속에 치열한 승부와 감동, 즉 '스포츠의 본질'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레전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타인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타 종목을 존중하고 그들의 노력을 인정할 때, 자신의 종목 또한 존중받는 법이다. 박찬호, 박지성 같은 대스타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그들의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태도와 품격 때문이다.
김남일은 현역 시절 '진공청소기'라 불리며 궂은일을 도맡았던 헌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예능인 김남일에게서 그 시절의 품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극적인 멘트로 이슈 몰이에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포츠인으로서 지켜야 할 '선'은 무참히 밟혔다.
남을 비웃어서 얻는 재미는 저급하다. 그리고 그 저급한 재미 뒤에는 씁쓸한 뒷맛만 남는다. 김남일이 보여준 것은 '예능'이 아니라, 그저 배려 없는 '폭력'에 가까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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