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발레보다 인기 없던 K무용" 뉴욕이 기립박수…‘일무’ 세계 무대에 새 이정표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8 17:11

수정 2026.01.28 17:17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파이낸셜뉴스] “베시 어워드에서 받은 첫 상이 한국무용 작품이라 더 뜻깊다.”
패션 디자이너 출신의 공연 연출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정구호 연출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의 '일무'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일무'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 댄스&퍼포먼스 어워드'(베시 어워드)’에서 정혜진·김성훈·김재덕 안무가가 ‘최우수 안무가/창작자’ 상을 받았다. 41년 역사의 '베시 어워드'에서 국내 국공립 예술단체의 작품으로 한국인 안무가가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수상 기념 간담회에는 정구호 연출과 세 안무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함께했다.


정구호 "'항연'이 '일무'로 연결..현대적인 춤으로 다가와"

2023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연해 전회차 매진을 기록한 ‘일무’는 제1호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정혜진 안무가의 절제된 한국무용 미학에 김성훈·김재덕 안무가의 역동적인 현대 감각이 결합되고, 정구호 연출의 미니멀하면서도 강렬한 미장센이 더해지며 전통을 넘어선 동시대를 대표하는 수작으로 완성됐다.

정 연출은 작품 기획과 연출, 해외 진출 등에 큰 역할을 했지만, 무용계에서 안무가를 영화 감독처럼 인식하는 관행 속에서 이번 시상식에서는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안호상 사장은 모두 발언에서 정 연출이 수상자에서 제외된 점에 아쉬움을 표하며, 이번 수상에 대해 “세종문화회관이 제작극장으로서 쌓아온 창작 역량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라며 “선택과 집중으로 구축해 온 레퍼토리 전략이 한국을 넘어 세계 동시대 예술 담론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또 국립극장장 시절 정구호 연출과 국립무용단의 ‘향연’ 등을 작업한 경험을 언급하며 “2011년부터 여러 작품을 함께하며 비판과 어려움도 많았지만, 끝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관객의 지지였다”며 “관객이 극장을 채워줬기에 한국무용의 현대화가 가능했고, 그것이 세계의 인정을 받는 계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구호 연출은 전통 춤 ‘일무’와의 첫 만남으로 ‘향연’ 작업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궁중무를 공부하던 과정에서 일무를 접했고, 그때 받은 인상이 '일무'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정 연출은 “일무는 매우 오래된 전통이지만, 오히려 가장 현대적인 춤처럼 느껴졌다”며 “고요함 속의 긴장과 절제된 움직임이 동시대 예술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관객들이 동양의 깊은 고요함과 서구적 역동성이 결합된 독특한 미학에 주목했으며, 전통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적으로 해석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전통에 정통한 예술가들과 젊은 안무가들의 협업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특히 작곡가이자 무용수인 김재덕에 대해 “전통과 현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드문 음악가”라며, 그의 음악이 작품의 조화와 균형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정혜진 단장 "발표 순간 숨 멎는 줄..현지 반응 뜨거웠다"

서울시무용단의 정혜진 단장은 “우리 이름이 불리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며 수상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노미네이트 소식에 큰 기대 없이 현지로 향했다가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작품이 해외 관객의 주목을 받은 요인으로 “정구호 연출의 탁월한 감각에서 비롯된 색감과,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구성 덕분에 관객들이 작품에 깊이 몰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지 공연에서는 촬영이 금지돼 있었음에도 관객들이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고. 김 안무가는 “관객들이 공연의 순간마다 아름다움을 붙잡아 두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안호상 사장 역시 미국 첫날 공연 당시를 떠올리며 "전 관객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 순간 전율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관객의 절반 이상은 현지 관객이었고, 나머지는 2·3세 젊은 교포들이 객석을 채웠다. 그날의 강한 에너지가 평론가들에게까지 전해지며 입소문이 퍼졌고, 이후 며칠 사이 티켓을 구하려는 문의가 쇄도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일무’의 구조적 특징을 들었다. 정 단장은 “정밀한 질서에서 시작해 극적인 대비를 거치며 점차 확장되는 구성, 전통의 핵심을 짚은 뒤 이를 동시대적으로 발전시켜 마지막까지 밀어붙이는 안무 기법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용수들의 헌신도 언급하며 “몸 상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연습에 임해준 단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무대 미학과 색감, 음악 역시 관객에게 고르게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안무가는 수상의 배경으로 ‘시대적 타이밍’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에 적절한 시기였고, 그만큼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며 “이 작품은 더 많은 해외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일무' 다음 행보는 "한국 무용 더 사랑받길"

'일무'가 해외 무용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음에 따라 해외 무대 진출 등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가고 있다.

안호상 사장은 해외 진출과 관련해 "지방에서 공연 요청이 상당히 많고 유럽을 중심으로 작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세종문화회관이라는 큰 극장(3000석)에 맞춰 제작된 작품이다 보니, 그대로 다른 공간에서 올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성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김혜진 안무가는 앞으로의 과제로 한국무용에 대한 인식 변화를 꼽았다. 그는 “한국무용이 발레나 서구 중심의 장르보다 덜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며 “한국무용이 더 많은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사랑받는 장르가 되길 바란다. 최선을 다해 한국무용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고 바랐다.

한편 김재덕 안무가는 이날 국내 창작 지원 구조가 성과를 낸 작품을 지속적으로 키워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짚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일무’가 장기적으로 레퍼토리 작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문화재단 등의 지원이 기존 작품의 축적과 유지보다는 새로운 시도에만 집중되다 보니, 완성도 높은 작품이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를 거둔 작품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레퍼토리화를 뒷받침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