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보완·동반 상승 경협하던 韓中
부품·기술표준까지 치고 들어온 中
이젠 韓 적자 안기는 제로섬 경쟁자
美 제조업 복원 시도는 韓에 기회
新협력 영역·아이템 발굴에 집중
美中 공급망 기여자로 존중 받아
부품·기술표준까지 치고 들어온 中
이젠 韓 적자 안기는 제로섬 경쟁자
美 제조업 복원 시도는 韓에 기회
新협력 영역·아이템 발굴에 집중
美中 공급망 기여자로 존중 받아
며칠 전 삼성전자 임원에게 "중국의 카운터파트들이 삼성에 뭘 원하느냐. 어떤 협력 제의를 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중국의 주요 기업들은 기술, 자본 등 어느 것 하나 아쉬운 게 없게 된 상황이다.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한국이 중국에 앞선 분야도 반도체와 몇몇 영역만 남았다. 반도체 기술격차도 1년뿐이란 평가가 일반적이다. 기술역전은 한중 무역관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중국이 21년째 우리의 제1 교역대상국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적자를 안겨주는 상대로 변했다. 2018년 556억달러 흑자였던 대중 무역수지는 2023년 수교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더니, 3년 연속 100억달러 내외의 적자 행진이다. 이 상황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중국이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던 구조는 깨졌다. 도리어 우리가 중국 중간재에 의존하게 됐다. 2025년 첨단산업의 중간재와 자원에너지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과거 단순가공품 위주 수입에서 전기차, 자율주행 부품, 정밀화학제품 등 고부가가치 품목의 수입 비중이 높아졌다. 범용반도체 집적회로부터 컴퓨터 등 정보기기까지 망라돼 있다.
중국의 기술 부상은 체계적으로 추진돼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전환을 패권 경쟁의 게임체인저로 보고 '중국제조 2025'를 채택하며 국력을 쏟아부었다. 10년 만에 반도체를 제외한 10개 중점분야와 23개 품목에서 대부분 목표를 달성했다는 미일 등의 평가가 쏟아졌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해 3월 의회에서 이를 언급하며 "중국은 10개 주요 분야 가운데 4개에서 '세계 리더'가 됐고, 5개 분야는 '선도그룹의 일원'이 됐다"면서 "목표 기술의 최첨단에 도달하거나 도달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한 단계 올라선 목표를 꺼내 들었다. 다음 10년에는 인공지능(AI) 등에서 세계 표준을 만들겠다며 '중국표준 2035'를 들고 나왔다.
2025년 중국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1조1890억달러(1757조원)의 무역흑자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대미 수출은 20% 줄었지만, 190개국과 무역 규모를 늘리며 교역 다각화도 이뤄냈다. 중국이 과잉생산 속에서 전방위적인 '저가 밀어내기식 수출'을 확대하면서 우리 기업은 지구촌 곳곳에서 중국제와 경쟁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과거 동반상승의 협력구조는 심각한 제로섬 경쟁으로 바뀌었다. 달라진 대중 관계가 '뉴노멀', 새로운 기준이 됐다.
가성비와 기술력까지 앞세운 중국 테크의 침투는 국내까지 밀어닥쳤다. 가전과 전기차 유입은 물론 상당수 국내 벤처는 알리바바 등 중국 AI의 플랫폼과 기술을 가져다 쓰고 있다. 원부자재, 주요 부품에 이어 기술표준까지 점차 차이나 테크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의 한 간부가 최근 국내 한 포럼에서 "한국 기업 상당수가 중국 기술 생태계로의 참여를 원한다"고 지적한 것을 흘려듣기 어렵게 된 것도 이런 탓이다.
기술플랫폼 확장 경쟁이 미중 패권전쟁의 관건이 되면서 우리는 심각한 선택과 도전의 기로에 서 있다. 미중 AI 표준모델 경쟁 등과 관련, "정부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진단도 늘었다. 한국은 제조업 복원에 목을 매는 미국과 보완적 관계로 연대의 외연을 넓히면서 시너지 창출을 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반면 뉴노멀로 들어간 한중 관계지만, 질주하는 중국의 첨단분야 선도산업에 대한 협력 공간을 찾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다. 다만 저글링하며 외줄을 타는 곡예사처럼 미중 사이의 레드라인, 한계선을 확인해 나가면서 조심스럽게 생존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 그래야 선택을 강요받는 '회색 중간지대'가 아니라 미중 양국이 각각 새로 짜고 있는 배타적 공급망·기술 네트워크의 참여자이자 기여자로서 역할을 존중받을 수 있다. 미중 대결국면 속에서 새로운 협력 영역과 아이템 발굴에 집중해야 할 이유이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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