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테헤란로] 규제에 갇힌 한국 금융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8 19:44

수정 2026.01.28 19:44

박소현 금융부 차장
박소현 금융부 차장
"금융사에 가해지는 규제가 너무 심하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현실은 하나도 모르고 규제를 더 강화하기만 한다. 이런 금융환경에서 더 일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한 중소형 금융사 고위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요약하면 금융사의 규제로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은 번번이 막히고, 겨우 뽑은 인재도 규제 벽에 가로막혀 금융권을 떠나간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금융지주 밸류업은 주주에게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고환율에 정부의 과징금 부과에 따른 충당금을 쌓느라 지주계열 금융사들의 신규 서비스를 위한 투자 여력은 제로에 가깝다. 올해 정부 주도로 생산적 금융 대전환까지 본격화되면서 정작 금융 소비자를 위한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려면 기존 사업을 중단하지 않고선 시도조차 어렵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러니 금융권이 너도나도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AI 서비스를 위한 예산 배정은 '짠물' 수준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최근 망분리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금융사들이 원하는 생성형 AI는 빼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한정을 지었다. 아직 생성형 AI를 혁신금융서비스 심사에서 예외로 두게 할 정도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가 충분히 출시되지 않아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규제를 풀어야 서비스 출시 속도가 빨라진다며 답답해한다. 혁신금융서비스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금세 신규 생성형 AI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는 현실을 당국만 모른다는 것이다.

이같이 사소한 규제 완화에도 금융당국은 검증 부족에 따른 부작용을 이유로 고민하고 주춤한다. 정보기술(IT) 후진국으로 불리던 일본이 오히려 AI 전환은 앞선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당국이 규제 완화는 느리게, 규제 강화는 빠르게 하는 동안 한국 금융사들은 규제 리스크를 점검하고 내실 강화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를 더 채찍질하는 것은 사실 정부 기조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을 잔인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한발 나아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는 부패한 이너서클로 낙인 찍었다.
대통령이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출범시킨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도 금융지주 지배구조 법안을 더 촘촘하고 강하게 개정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부작용을 낳는다.
당국이 규제의 역설도 함께 고민하길 바라는 이유다.

gogosi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