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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저격' 골프 세리머니의 대가는 혹독했다… '항명' 꼬리표 붙은 이청용, 푸른 용의 날개는 어디서 펴나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9 08:00

수정 2026.01.29 08:20

'감독 저격'의 대가는 방출… '울산 왕조' 개국공신도 예외 없었다
"은퇴는 없다" 외쳤지만… '항명 리스크' 떠안을 구단이 있을까
굳게 닫힌 이적시장… 39세 노장에게는 너무나 추운 겨울
[서울=뉴시스]K리그1 울산 이청용 골프 세리머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K리그1 울산 이청용 골프 세리머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쌍용'의 한 축이자 한국 축구의 레전드 이청용(37)이 울산 HD와의 6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이별'을 표방했으나, 그 이면에는 씻을 수 없는 '앙금'과 냉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2025시즌 K리그를 뒤흔들었던 이른바 '골프 세리머니' 파문이다.

울산 HD는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청용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2020년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K리그로 돌아온 지 6년 만이다.

기록만 놓고 보면 화려하다. 6시즌 동안 161경기 15골 12도움을 기록했고, 3번의 K리그1 우승과 1번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2년에는 MVP까지 수상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마지막 모습은 씁쓸했다. 결정적인 원인은 지난 시즌 막판 불거진 '항명 논란'이었다. 이청용은 지난해 10월 광주FC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린 뒤 관중석을 향해 골프 스윙을 하는 동작을 취했다. 당시 신태용 전 감독이 원정 경기 버스 짐칸에 골프백을 실었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던 시점이었다. 베테랑이자 팀의 구심점인 이청용의 이 세리머니는 명백한 '감독 저격'이자 '항명'으로 해석됐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이청용은 울산을 떠나며 남긴 친필 편지에서 "고참으로서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더 이성적으로 행동했어야 했다"라며 뒤늦은 사과를 전했다. 이는 단순한 회한의 표현이라기보다, 현역 연장을 위한 절박한 '생존 신고'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감독에게 대드는 선수', '통제 불가능한 베테랑'이라는 이미지를 지우지 않고서는 새로운 팀을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본인도 인지한 셈이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차갑다는 점이다. 이청용의 '현역 연장'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부터 개인 훈련에 돌입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걸림돌이 너무나 크다. 첫째는 '타이밍'이다. 현재 K리그 대부분의 구단은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2026시즌 전력 구성을 마무리한 상태다. 예산 집행이 끝난 시점에서 고액 연봉자 군에 속하는 베테랑을 추가 영입하기란 쉽지 않다.

둘째는 역시 '항명 이미지'다. 아무리 기량이 출중해도 감독의 권위에 도전하는 선수를 달가워할 지도자는 없다. 특히 팀 내 기강을 중시하는 K리그 풍토에서 '골프 세리머니'가 남긴 잔상은 강력하다. 구단 프런트 입장에서도 감독과의 불화 가능성이 있는 노장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울산이 레전드 대우 대신 재계약 불가 방침을 정한 것도 결국 이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셋째는 '에이징 커브'다. 한국 나이로 39세, 불혹을 코앞에 둔 나이다. 전성기 시절의 번뜩임은 여전하지만, 90분을 온전히 소화할 체력과 활동량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리빌딩을 기조로 하는 팀들에게 이청용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이청용은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한순간의 감정적인 대응이 그의 말년을 험난하게 만들었다. 사과와 반성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미 닫혀가는 이적시장의 문틈을 비집고 들어가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푸른 용' 이청용은 과연 2026시즌 그라운드 위에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아니면 '골프 세리머니'라는 오점을 남긴 채 쓸쓸히 퇴장하게 될까. 그의 마지막 겨울이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이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