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책임분 부담하되, 제3자 책임까지 제한 이유 없어"
쌍방과실 사고서 공백 메워…자기부담금 환급 길 열려
쌍방과실 사고서 공백 메워…자기부담금 환급 길 열려
[파이낸셜뉴스]쌍방 과실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가입자가 부담한 자기부담금도 상대방 책임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은 상대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9일 강모씨 등 10명이 사고 상대 차량의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강씨 등은 쌍방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해 차량을 수리하면서 자차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았지만, 한도 50만원의 자기부담금은 보상받지 못하자 상대 보험사를 상대로 해당 금액에 대한 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자차보험 가입자가 부담한 자기부담금이 보험으로 보전되지 않은 '미전보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종전 판례에 따르면 보험금 지급 이후에도 남은 손해에 대해서는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자기부담금 역시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그러나 1·2심은 강씨 등이 자기부담금을 스스로 부담하기로 약정한 내용이 포함된 자차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들어, 상대 보험사에 추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자기부담금이 피보험자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기로 한 약정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의 책임' 부분에 대한 자기부담금은 보상받을 수 있다고 봤다.
대법은 "자기부담금은 일정 액수 내지 비율을 보험자가 아닌 피보험자가 부담하기로 한 약정이므로 적어도 피보험자의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직접 부담해야 한다"면서도 "피보험자가 제3자의 책임 비율 부분까지 제3자에게 별도로 청구하지 못한다고 볼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제3자가 손해배상 책임 일부를 면탈하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보험자는 자기부담금에 대해 자신의 책임 비율과 제3자의 책임비율 부분을 나눈 다음 제3자 부분에 상응하는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때 자기부담금을 제외하고 먼저 지급하는 이른바 '선처리 방식'과 관련해, 자기부담금 환급 절차를 보험약관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보험사가 가입자를 대신해 상대 보험사로부터 자기부담금을 받아 환급해야 하고, 관련 내용을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소액인 자기부담금을 두고 가입자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는 것은 보험소비자의 편의성과 권리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쌍방 과실 교통사고에서 자차보험 가입자와 상대방 보험사 사이의 자기부담금 지급 관계를 대법원이 처음으로 명확히 정리한 사례다. 대법원 관계자는 "보험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한 첫 판시"라고 평가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4일 이 사건과 관련해 공개변론을 열고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