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6년 말띠 해가 밝았다. 올해는 붉은색을 의미하는 10간의 병(丙)과 말(馬)을 상징하는 12지의 오(午)가 결합된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에게 말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힘차게 전진하는 말은 '새 나라의 출현'을 알리고, '간절한 염원'을 실어나르는 상서로운 영물로 여겼다. 그만큼 말띠 해가 돌아올 때마다 우리 민족은 희망과 전진, 상승이라는 연운(年運)을 기대했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말'을 주제로 한 전시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오는 3월 2일까지 특별전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을 연다고 29일 밝혔다.
매년 띠 전시를 통해 십이지 동물과 한국 민속 문화를 소개해 온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도 말 문화와 상징을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신성한 말'을 살펴본다. 청룡도를 든 백마신장은 말을 타고 하늘과 땅을 오가며 인간을 수호했고, 시왕도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는 말을 타고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했다. 이는 말이 탈 것을 넘어, 저세상과 생명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한 매개체로 인식됐음을 보여준다.
상여의 꼭두로 등장하는 저승사자들, 말을 탄 인형들은 이후 장난감 목마로서 우리 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아울러 '말방울'에 새겨진 벽사의 의미도 알아볼 수 있다. '말방울'은 말의 목에 매달거나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방울로, 말의 위치를 파악하고 말에 부딪치는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방울에 새겨진 귀면문(鬼面文)은 말과 말을 탄 사람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악귀를 멀리 쫓는 의미를 담은 장신구다.
2부에서는 조선시대 그림 속에 등장하는 말과 임금이 행차할 때 등장하는 수많은 말들을 통해 우리 말의 모습을 살핀다. 특히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듯, 이제는 천연기념물이 된 제주마의 역사와 관련된 문화도 알아볼 수 있다.
대표 전시품인 '말 안장'은 말을 보호해줄 뿐만 아닌, 타는 사람을 편안하게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안장에 새겨진 쌍희(雙囍)는 혼인이나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나타내며, 타는 사람 혹은 말의 기쁨을 뜻하는 행복 메시지로 이해할 수 있다.
3부에서는 말과 관련이 깊은 유물들을 통해 말의 상징성과 시대적 의미를 살핀다. 88서울올림픽 포스터에 담긴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 속 말, 암행어사들의 마패, 역참에 설치된 마방의 마구간 모습,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활약한 미군 해병대 군마 '레클레스' 등을 통해 말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제24회 서울올림픽 포스터에 사용된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는 왕이나 귀족들이 사냥을 즐기며 용맹과 권위를 과시하는 장면을 묘사한 벽화로 주목받는다. 고구려의 군사력과 생활방식을 스포츠와 연결해 상징화한 것이다.
'마패'도 말과 연관된 대표 전시품이다. 조선 시대 공무로 지방에 갈 때 국가에서 역마(驛馬), 즉 역원의 말을 빌릴 수 있도록 발급한 증표다. 요즘 출장 갈 때 공용 차량을 이용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리로 만든 둥근 패에 새겨진 말의 숫자는 사용자가 빌릴 수 있는 말의 수를 나타낸다.
이밖에 대표적인 말띠 인물인 다산 정약용(1762~1836)과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이야기를 민속 유물을 활용한 4컷 만화 형식으로 풀어 따뜻한 메시지도 전한다.
전시 기간 몽골 전통 악기 마두금 연주와 탱고 공연, 닥종이 편자 만들기, 양모 말 장식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번 행사는 전시 내용을 '보는 것'에서 '직접 해보는 경험'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정약용 선생의 명언을 마모필로 써보는 체험은 말 문화와 조선 지식인의 사유를 함께 떠올리게 한다. 체험 프로그램은 행사 기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기획전시실 2 주변에서 진행되며, 현장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말은 인간의 삶과 상상력을 확장해 온 동반자"라며 "이번 전시가 새해를 맞아 일상 속 말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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