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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려라"는 트럼프 압박에도 파월은 "또 동결"...평행의 두 사람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9 14:48

수정 2026.01.29 14:49

소환장 던진 트럼프, 금리 동결로 받은 파월
"경제는 견조" 지표 방패 세워 백악관 ‘속도전’에 강대강
금값 5000달러 돌파는 신뢰 추락? 파월 "기대 인플레는 성역"
트럼프 대항마로 뜬 파월? 경제 수장에서 정치판으로 가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압박 속에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는 견조하다"는 메시지로 정면 대응에 나섰다. 금리 인하를 재촉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고수하는 파월 의장의 힘겨루기가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파월, 보란 듯 금리인하 기대 차단

연준은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당장 추가 조정에 나설 만큼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렸다.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 전망은 지난해 12월 이후 분명한 개선을 보였다"며 "올해 성장세는 견조한 기반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소비와 고용이 예상보다 버티고 있고, 금융 여건 역시 급격한 긴축 신호는 없다는 평가다.

다만 파월은 이러한 성장 평가가 곧바로 정책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연준의 이중 책무를 거론하며 "우리는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경기 낙관론이 확대되고 있으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경로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좀 더 확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준 내부 기류 역시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파월은 "투표권을 보유하지 않은 위원들을 포함해 위원회 내에서 금리 동결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다음번 금리 조정이 인상일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언급하며 긴축 재개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했다. 동시에 인하 시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신호를 주지 않음으로써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 같은 태도는 최근 관세 정책과 재정·통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파월은 "무역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고려하면 미국 경제는 꽤 잘 버텨왔다"고 평가했지만, 정책 충격이 끝났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아직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진단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연합뉴스

트럼프가 키운 트럼프 대항마?

이번 회견에서 통화정책 못지않게 주목받은 대목은 연준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이다. 파월은 최근 금 가격 급등과 관련해 "특정 자산 가격 변화에 동요하지 않는다"며 "기대 인플레를 보면 연준의 신뢰성은 있어야 할 곳에 정확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금값 상승을 초래했다는 해석을 부인한 발언이다.

그러나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파월은 자신을 겨냥한 소환장 발부와 관련해 추가 언급을 삼갔지만 앞서 공개 성명을 통해 이를 "연준 독립성에 대한 전례 없는 행정부의 위협"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파월이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시도와 관련한 연방대법원 심리에 직접 참석한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그는 "이 사건은 연준 113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적 사건일 수 있다"며 연준의 인사·의사결정 구조가 정치권의 영향에서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사안과 관련해 재무부 등 다른 관료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거리를 뒀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압박이 거셀수록 연준이 오히려 정책 속도를 늦추며 독립성을 강조하는 역설적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파월의 임기가 오는 5월 종료되는 가운데 지지율 상승으로 트럼프의 잠재적 대항마로 거론되는 점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지난달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주요 인사 13명 중 파월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44%(트럼프 36%)로 1위를 기록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