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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관저 골프시설 '무단 증축'…경호처가 '초소 공사'로 위장 집행"

성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9 15:02

수정 2026.01.29 14:28


윤석열(오른쪽)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8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오가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오른쪽)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8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오가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감사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머물던 서울 한남동 관저의 '실내 골프 연습시설'이 관계기관 승인 없이 증축·설치됐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경호처가 공사 목적을 숨기기 위해 공사명을 '초소 조성공사'로 적는 등 허위 문서를 작성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설치를 직접 지시했는지, 공사에 어느 수준까지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류엔 '초소 조성'…골프시설을 '근무자 대기시설'로 기재
감사원은 29일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호처가 2022년 관저 이전 준비 과정에서 기존 건물에 69.5㎡를 증축하는 방식으로 골프 연습시설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국유재산법상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승인 절차가 필요한데도 경호처가 착공과 준공 단계에서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서울 용산구와의 건축 신고 협의나 착공신고 등도 거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은 2022년 5월 김종철 전 차장 등 경호처 직원 10여명을 관저로 불러 골프 연습시설 조성을 지시했다. 이후 김 전 차장은 "정문 초소와 보안시설(골프 연습시설) 조성을 경호처가 진행하라"는 취지로 내부에 재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행 방식도 절차 위반 소지가 확인됐다. 경호처는 한 건설회사에 공사를 먼저 시작하도록 한 뒤 같은 해 7월에야 계약을 체결했고 공사대금 1억3500만원은 준공 이후인 8월에 지급됐다. 이 가운데 골프 연습시설 관련 금액은 1억400만원이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김 전 처장이 공사 진행 중 관저를 방문해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나무를 심어라", "오른쪽으로 치우친 타석을 가운데로 옮겨라", "내부에 깨지지 않는 거울을 설치하라" 등 구체적 주문을 했다고 적시했다.

시설 설치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서류를 다르게 만든 정황도 포함됐다. 김 전 차장이 한 간부에게 보안 유지를 강조했고 해당 간부가 보고를 거쳐 공사명을 '초소 조성공사', 공사 내용을 '근무자 대기시설'로 기재한 공사 집행계획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방식으로는 국회나 외부기관이 서류만 보고 관저 내 골프 연습시설 설치를 알아채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당시 경호처 처장·차장은 시설이 애초 대통령이 이용할 목적임을 알고 있었다"며 "대통령 이용 시설 조성은 비서실 소관 업무로 경호처가 수행할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장 점검에서는 공을 타격한 흔적이 확인됐지만 논란이 됐던 스크린·빔프로젝터 등 스크린골프 설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대통령 관여 판단 못 해"…사전 보고 가능성만 언급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감사원은 김 전 처장이 현재 수감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 지시'와 관련된 답변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처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골프 연습시설 내부 인테리어 시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돼 윤 전 대통령이 공사 진행을 사전에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아울러 공사를 맡은 건설사가 공사 전체를 일괄 하도급 준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를 법 위반으로 판단했고 이 과정에서 원도급사가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 부담을 요구해 하도급 업체가 1억9000만원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경호처에 건설사 조치 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은 현장 조사 과정에서 관저 관련 편의시설 서류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류상 금액은 캣타워 173만원, 히노키 욕조 1484만원, 다다미 336만원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련자에 대해 징계·인사자료 통보 등 후속 조치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