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인가 받으려면 지분 팔아라”…금융위, 원화마켓 ‘15% 소유제한’ 강행 [크립토브리핑]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9 15:56

수정 2026.01.29 15:56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전환 추진 “영업권 대가로 지배구조 개편”

업계 “사유재산권 침해이자 사다리 걷어차기”… 여야도 신중론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스1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원화마켓)의 지위를 현행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격상하는 대신,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소유분산 기준 도입을 강행한다. 원화마켓을 한국거래소(KRX)나 대체거래소(ATS) 같은 공적 인프라로 간주한 뒤, 특정 대주주의 지배력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업계는 이미 성장한 민간 기업의 지분을 사후적으로 강제 조정하는 것은 헌법상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야도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어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심의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29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원화마켓에게 영구적 영업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업비트와 빗썸 등 원화마켓들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3년마다 신고를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지위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정식 금융 라이선스인 인가제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소유분산’이라는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원화마켓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ATS인 넥스트레이드에게 적용된 ‘의결권 있는 주식 15% 초과 소유 제한’ 규정을 가상자산 시장에도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특정주주의 지배력이 집중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고, 1100만명 이상 이용하는 시장의 안정성을 꾀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넥스트레이드 본인가 당시 요건을 살펴보면 △법인격 요건 △자기자본 요건 △인력 요건 △물적설비 요건 △사업계획 요건 △건전경영 요건 △이해상충 방지체계 요건 △대주주 요건 등이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 공백 속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산업인데,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이 시점에 공공 인프라라는 명분으로 지분을 강제로 팔라는 것은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지적했다. 기존 은행이나 ATS는 설립 단계부터 규제를 알고 시작한 ‘사전적 규제’지만, 원화마켓은 이미 형성된 지배구조를 사후적으로 파괴하는 ‘소급 규제’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해야 할 경우, 수조 원에 달하는 지분을 누가 인수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상장(IPO) 사례가 없어, 대주주 입장에서는 구주 매출을 통한 엑시트(자금 회수) 옵션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해 복수의 금융사가 지분을 나누는 ‘한국거래소 모델’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상 민간 기업의 ‘준국유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이 비상장인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대량 인수하는 것은 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럼에도 강제 매각이 진행될 경우 헐값 매각에 따른 재산권 침해 소송이 빗발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도 신중한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지분 제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2단계 입법안에 직접 포함하기보다는 후속 입법을 통해 다루거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간접적 방식으로 정책 효과를 거두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가 135조에 달하는 방대한 조문을 담은 제정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소유 제한 규정이 막판 조율 과정에서 ‘독소 조항’으로 분류되어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원화마켓 지배구조 개편은 신규 산업과 기득권이 충돌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등 가상자산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그 결실을 기존 은행 등 기득권에게 넘기려는 기조가 뚜렷해 보인다”며 “차라리 기업공개(IPO) 등 우회로를 열어주고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