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3명 중 1명 '설탕 중독'
비만·당뇨 사회적 비용 37조원
'설탕 부담금' 해법 될 수 있을까
비만·당뇨 사회적 비용 37조원
'설탕 부담금' 해법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화두가 정국을 강타했다. 바로 '설탕 부담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마약보다 강력한 달콤한 중독, 국민 80% 설탕세 도입에 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함께 공유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갑자기 웬 설탕세? 정확히는 '설탕 부담금'
논란이 확산되자 이 대통령은 이튿날 "세금과 부담금은 엄연히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29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일반 재정에 사용되는 세금과 특정 용도를 위해 그 필요를 유발한 원인에 부과하는 부담금은 다르고, 시행 방침과 의견조회는 전혀 다른데도 '설탕세 시행 비난'은 여론조작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법적 성격이 다르다. 세금이 국가 운영 전반에 쓰이는 보편적 재원이라면,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된 원인 제공자에게 부과하며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재원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세금처럼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부담금이 기업에 부과되더라도 어차피 최종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예로 든 담배가 대표적이다. 현재 담배 한 갑(4500원) 중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841원이다. 금연 교육이나 흡연 피해 예방 등을 목적으로 담배 제조·판매 기업에 부과된 '부담금' 이지만,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지불하고 있다.
왜 지금 '설탕'인가... 2030 건강 적신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해당 글을 올린 취지는 설탕에도 담배처럼 부담금을 물려 섭취를 줄이고 공공의료 강화에도 투자해 건강한 사회를 유도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과연 부담금으로 억제해야 할 만큼 설탕 섭취가 과도할까.
국민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35.5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50g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한 최근 5년간 당류 섭취량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2018~2022)에 따르면 국민이 하루 평균 가공식품을 통한 섭취하는 당류는 2018년 36.4g에서 2022년 34.6g으로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그런데 청소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식약처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당류 섭취가 전 연령 평균보다 약 1.2배 높고, 청소년 3명 중 1명은 WHO 권고기준보다 많은 당을 섭취하는 '설탕 중독'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시기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나면서 당류 섭취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설탕세 도입은 식품 내 설탕 함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2018년 가당 음료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한 영국의 경우 음료 제조업체의 65%가 세금을 피하려 자발적으로 당 함량을 낮춰 이듬해 전체 탄산음료의 설탕 함량이 46%이 감소했다.
청소년 건강도 크게 개선됐다. 설탕세 도입 후 영국의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어린이의 비만율이 8% 가량 감소했고, 18세 이하 아동 및 청소년의 충치 입원율이 약 12% 감소하는 등 실질적 보건 지표가 개선됐다. 영국과 같은 해 설탕세를 도입한 멕시코의 경우, 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이 2.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설탕세가 질병 발생을 줄여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동시에 정부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6조원, 당뇨병은 21조원으로 추산된다. 설탕 섭취를 일정 수준만 낮춰도, 장기적으로는 비만·당뇨로 인한 사회적 비용 수십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해외는 이미 도입... 한국은 10년째 '지지부진'
해외에선 이미 설탕세가 '뉴노멀'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설탕세 도입을 권고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영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세계은행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5년 가당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국가는 108개국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논의는 있었지만 지지부진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국민 비만도가 외국에 비해 심각하지 않고, 식음료 원가 상승에 따른 기업·서민 부담이 크다"며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대신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통해 당류 영양표시를 강화하고 '덜 달게 먹는 식습관'을 유도하는 캠페인 중심 정책을 추진했다.
2020년에는 처음으로 국가기관에서 설탕세 도입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가당 섭취를 억제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유도하기 위한 지방세로서의 설탕세 도입은 주민 복리 증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식품 업계의 긴장감이 일었지만 도입 논의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류가 첨가된 음료를 제조·수입하는 업자에게 '가당음료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 함량에 따라 100L당 최소 1000원에서 최대 2만8000원을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식품 업계의 반발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물가불안·조세저항... '설탕 부담금'이 넘어야 할 산
설탕세 도입은 여전히 '시기상조'일까. 현실적으로 설탕세 도입의 가장 큰 장벽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다.
설탕은 탄산·과일음료는 물론이고 과자·빵 등 가공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다. 이때문에 부담금 부과 범위가 넓어지면 자칫 '슈거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있다. 슈가플레이션은 설탕 가격이 오르면 다른 먹거리 물가까지 줄줄이 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영국이나 멕시코처럼 가당음료에 제한적으로 설탕 부담금을 부과한다면 광범위한 물가 상승은 예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자나 빵 등 다른 고당류 식품과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역진성 논란도 피할 수 없다. 소득이 낮을 수록 값싼 고열량 제품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물품에 매겨지는 간접세는 저소득층일수록 가격 인상의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설탕 부담금이라는 이름으로 걷은 재원을 비만이나 당뇨 치료가 아닌 지방·공공의료 확충에 확대해 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뒤따를 수 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가당음료에 첨가된 당의 함량에 따라 1L당 225원에서 300원까지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해당 법안이 통과돼 시행된다면 콜라 1캔(245ml)에 포함된 당류 26g 기준 약 73.5원의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
'디깅 digging'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땅을 파다 dig]에서 나온 말로, 요즘은 깊이 파고들어 본질에 다가가려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주말의 디깅]은 한가지 이슈를 깊게 파서 주말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