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변호사에게 법률 상담 내용 등 비밀 유지할 권리 성문화돼
대한변협 등 법조계 "인권 보호·방어권 보장 격상하는 역사적 사건"
대한변협 등 법조계 "인권 보호·방어권 보장 격상하는 역사적 사건"
[파이낸셜뉴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비밀 유지를 요구할 권리(비밀유지권)가 성문화됐다. 법무부는 29일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에게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지 않아야 할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비밀 유지를 요구할 '권리'를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국제 기준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이 판례·법률 등을 통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오고 간 법률상담 내용 등을 보호한다.
개정안은 이에 △의뢰인이 변호사와 주고받은 법률 상담 내용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 등을 비밀유지권의 대상으로 포함했다.
특히 비밀유지권의 예외 사유를 규정한 이유는, 비밀유지권이 공익 침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위법행위에 관여한 경우 △의뢰인이 변호사의 법률자문을 자신의 위법행위에 사용한 경우 등을 염두에 둔 조치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이 변호사와의 상담 내용이나 변호사 의견서 등이 압수·수색 등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것을 기대한다. 또 국민이 비밀 유출에 대한 걱정 없이 실효적으로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학계와 실무계 등 법조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입법 사례 등을 분석해 민·형사분야 모두에 빈틈없이 비밀유지권이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법조계 역시 비밀유지권의 성문화를 환영했다. 변호사의 대표 직역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김정욱 협회장)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입법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있어 인권 보호와 방어권 보장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하는 중대한 행보로 기록될 것"이라며 "변호사 사무실이 더 이상 수사기관의 '증거 저장고'가 아니라 국민에게 실질적 조력과 보호를 제공하는 '정의의 안식처'임을 확고히 공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위 법령 정비하고 수사 관행을 개선하는 등 후속 조치를 정부에 주문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조순열 회장) 역시 이날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은 단지 변호사의 특권이 아니라 국민의 비밀보호권이자 수사와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라며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사법 체계의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의사교환 내용과 자료에 대한 비밀성이 명확히 보장되게 됐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개정안을 통해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인권의 가치가 더욱 존중받는 선진 법제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법무부는 비밀유지권이 국민의 일상에서 부작용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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