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우주의 '가지 않은 길' 찾아가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9 18:07

수정 2026.01.29 18:07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교수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교수

1960년 7월 15일 소수당이던 민주당 소속 존 F 케네디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LA콜로세움 경기장에서 '뉴 프런티어'라는 제목의 수락연설을 하고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었다. 그해 치러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닉슨을 제치고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1961년 1월 20일 제3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당시의 취임식 관례에는 없었던 축시 낭독 순서를 처음 도입하여 당대 국민시인으로 존경받던 로버트 프로스트를 초청하여 축시 낭송을 하였다. 프로스트 시인은 오래전 고교 국어교과서를 통해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서정시 '가지 않은 길'로 잘 알려져 있다.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중략)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2월 초순 미국은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세계 우주역사상 '가지 않은 길'을 가게 되는 아르테미스 2호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2호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약 54년 만에 인류를 다시 달 궤도로 보내는 유인 우주탐사 임무를 맡고 있다. 백인 남성들의 독무대였던 달 탐사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과 유색인종이 이번 달 탐사 임무를 맡게 되며, 4명이 함께 달 궤도 비행을 시도하는 것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우주인을 달로 보낼 98m 길이의 초대형 로켓인 SLS는 31일 발사 전 최종시험을 앞두고 있고, 이를 성공리에 통과하면 이르면 2월 6일 발사된다. 이번 임무는 지구에서 달 방향으로 최대 40만㎞ 비행한 다음 달의 7400㎞까지 근접비행을 시도하고 4일 만에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혹자에게는 아폴로 계획과 비슷하게 보이는 '이미 가 본 길'일지 모르나 총 6회 달에 착륙한 아폴로 계획은 탐사장비 설치, 촬영, 달 샘플 채취 등을 위해 수시간을 달 표면에 머무는 수준의 탐사 임무였다. 당초 10회 이상의 발사로 계획된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는 2028년 달에 착륙하고, 2030년대 초반까지 상설 달 기지 요소를 구축한 다음 인류의 거주 가능성을 검증하고 화성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으로 차별화된다. 이처럼 미국은 우주분야에 있어 종종 다른 국가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여 도전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한편 우주개발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남들이 모두 '걸어 갔던 길'을 가고 있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는 '가지 않은 길'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우주사업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이 우주선진국을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주청이 창의적인 우주프로젝트를 공모한다고 발표하였다.
비록 수억원 규모의 개념연구이긴 하지만 우주의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이 라이스대학에서 행한 연설 중 "우리는 달에 가는 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란 내용을 다시금 상기해 본다.
인류를 위해 어렵기 때문에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대한민국 우주정책의 기조가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