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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경찰 수사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9 18:11

수정 2026.01.29 18:11

최승한 사회부
최승한 사회부

새해 벽두부터 차가운 돌바닥에 기자들이 나앉았다. 연이은 정치권 인사들의 출석, 밤샘 조사, 새벽 귀가. 반복되는 장면 속에서 기자들만이 아니라 수사 과정 자체도 어느새 익숙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강선우 무소속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과 김병기 무소속 의원 관련 고발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경찰은 정치권 수사의 중심에 섰다. 강 의원은 20시간이 넘는 밤샘 조사를 받았고, 김경 서울시의원과 전 보좌관 남모씨는 네 차례나 소환됐다. 수사 강도가 높아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장시간 신문과 반복 소환이 언제나 치밀한 수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채 조사가 이어질 경우 수사는 길어지고 결론은 뒤로 밀린다.

이번 사건에서도 돈의 전달 시점과 장소, 반환 경위, 공천 대가성 여부를 두고 당사자들의 진술은 여전히 엇갈린다. 대질신문이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당사자 거부로 성사되지 못한 채 개별 조사만 이어지고 있다.

수사가 더뎌진 데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분명 존재한다. 텔레그램 계정 탈퇴와 재가입, 아이폰 비밀번호 미제공 등은 피의자의 권리 행사다. 다만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증거 확보는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제출된 PC에서 추가 녹취가 발견돼 수사 범위가 넓어지는 장면 역시 사건이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을 양상이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환경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사건 초기에 더 신속하게 압수수색과 증거 확보가 이뤄졌다면 지금처럼 반복 조사와 장시간 신문이 불가피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주말까지 조사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수사 의지는 보이지만 정치권 수사에서 늘 따라붙던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 역시 다시 고개를 든다.

수사는 이제 분기점에 서 있다. 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가 가시권에 들어왔고, 김병기 의원 관련 수사도 조만간 핵심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무혐의로 매듭지어진 사안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는 더욱 무겁다. 과거의 판단을 되짚는 선택 자체가 경찰에게는 책임을 요구하는 행위다. 같은 방식, 같은 흐름으로 다시 끝난다면 그 선택은 설득력을 잃는다.


지금 경찰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본 듯한 장면의 반복이 아니다. 정치적 위세나 보이지 않는 외압을 의식하지 않고, 확보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명확한 결론을 내놓는 것이다.
수사권 확대를 논하기 전에 경찰은 연초부터 마주한 이 사건들에서 스스로의 기준과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425_sam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