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은 빠져
기업지원 팔걷는 대만정치 배워야
기업지원 팔걷는 대만정치 배워야
국회가 29일 본회의를 열어 반도체특별법 등 다수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재정지원과 규제완화를 담고 있는 법안이다. 쟁점인 연구개발(R&D) 인력 주52시간 근로시간제 제외 조항은 별도 입법을 추진하기로 합의해 빠졌다.
우여곡절 끝에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야가 법안 내용을 놓고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 것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몽니와 힘든 대외여건 속에서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기적처럼 역대 최대의 실적을 써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이날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정부가 도움을 준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기업 스스로 장래를 내다보고 기술혁신에 매진한 결과다.
법안 통과가 늦어진 쟁점은 근로시간 유연화였다. R&D 인력에 한해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것인데, 정치권이 근로자나 기업의 의사와 무관하게 치고받으며 여태 시간을 끌어왔다. 대만 등 경쟁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데 우리만 아직까지 맞서고 있다. 원하는 연구원들만이라도 야간에도 근무하며 연구실 불을 끄지 말자는, 즉 24시간 연구업무를 이어가자는 것인데 그렇게 반대할 일인가.
우리만큼 여야 대치가 심한 대만도 기업을 지원하는 법안만큼은 여야가 속전속결로 처리해 주고 있다. 진보적인 여당이 도리어 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니 보수 야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대만은 그만큼 기업의 존재가치를 정부와 국민 모두 인식하고 인정하고 있다. 대만 경제가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해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을 뛰어넘은 것은 기업의 혁신 노력에 그 기업을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려는 정부의 의지가 더해진 결과다.
시쳇말로 기업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듯한 우리의 실정을 대만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규제완화는 말로만 생색을 내고 실제 이행 속도는 거북이걸음이다. 기업인들은 지배구조 개선, 산업재해 방지 등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과도한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강성노조와도 싸워야 해 경영상 난관이 산 넘어 산이다. 3월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업들은 벌써 전전긍긍하고 있다.
갖은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는 기업들이 용하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세계 굴지 기업의 위상을 든든히 지키는 기업들이 없다면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몰락의 처지에 놓였을 것이다. 근래의 독일 경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독일이 몰락한 원인은 탈원전과 자동차 산업 부진이다.
다시는 반도체특별법과 같은 사례가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산업과 기업이 국가경제의 흥망을 결정짓는 열쇠임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규제 대못을 뽑아 산업 부흥을 국가가 선도해야 하며 기업의 경영애로를 부단히 살펴 해결해줘야 한다. 정치권이 가진 권한의 칼을 엉뚱하게 잘못 휘두르면 나라 운명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똑똑히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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