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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만가구 '영끌' 공급, 효과는 속도에 달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9 18:11

수정 2026.01.29 18:11

용산, 과천 등 공공부지에 주택 건립
재건축 등 민간 분야 규제도 풀어야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경기 과천 경마장 등 공공부지를 활용해 6만 가구를 짓는 주택공급대책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사진=연합뉴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경기 과천 경마장 등 공공부지를 활용해 6만 가구를 짓는 주택공급대책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경기 과천 경마장 등 수도권 도심에 있는 공공부지를 활용해 6만가구를 짓는 주택공급대책이 추진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9일 유관부처와 함께 이런 내용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은 서울 물량이 3만2000가구로 전체의 절반을 넘고 서울과 가까운 성남과 과천시에 1만6000가구가 나오는 등 도심 공급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서울의 용산국제업무지구(1만가구)와 태릉CC(6800가구) 등 공급 규모가 큰 곳도 있지만 동작우체국(30가구), 관악세무서(25가구), 남인천우체국(29가구) 등 물량이 수십채에 불과한 곳도 적지 않다. 노후 청사와 자투리땅까지 끌어모은 '영끌 공급대책'인 것이다.



그만큼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지 못해 실제 사업추진 단계에서 제동이 걸린다면 공급대책은 공회전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태릉CC는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됐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역시 서울시와 합의한 물량은 8000가구로 이번 대책과는 2000가구의 차이가 있다. 물량을 신속히 확정해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공급대책이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주고 가격 안정에 기여하려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6만가구 중 내년에 착공되는 물량은 서울 강서구 군부지 918가구 정도다. 대다수 물량은 2028년 이후에야 착공된다. 2028년과 2029년에 입주물량이 급감하는 최악의 공급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재원조달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공급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정부는 직접적 공급방안 외에 수차례 유예해온 양도소득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를 통해 매물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 부담을 늘리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추정은 언뜻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전세가격 상승과 매물 잠김 등 우려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까지 투기세력으로 간주해 세금을 중과하는 방식은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처럼 공공 주도의 공급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급난을 타개할 해법은 민간 영역에서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공급대책에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민간 공급을 늘릴 핵심 방안이 빠져 있다.
서울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구역 43곳 중 39곳이 대출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 주택공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민간 정비사업이 금융·행정 규제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공급 공백을 메우기는 어렵다.
정부는 집값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민간 공급의 동맥경화를 풀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