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피자 먹고 힘이 나냐?”… 대한민국, 알프스에 ‘전 부치는 판’까지 챙겨간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1 18:00

수정 2026.02.01 18:08

태극전사 식탁에 ‘발열 도시락’ 최초 투입… “물 붓자 치이익~”
- 현지 소 잡았다!… 도가니·스지 푹 고아낸 ‘특급 보양식’ 공수
- “기름 냄새 좀 풍겨야죠” 설날 떡국에 ‘전 부치는 철판’까지 공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가상으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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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일요일 오후 6시. 한 주간의 피로를 씻어내 줄 맛있는 저녁 메뉴를 고민할 시간이다. 갓 지은 밥 냄새만큼 사람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는 게 또 있을까. 여기, 지구 반대편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 한복판에서 그 ‘밥 냄새’ 하나로 금메달 사냥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2월 6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한체육회가 우리 태극전사들을 위해 준비한 22억 원짜리 ‘밥상 작전’의 디테일이 공개됐는데, 메뉴판만 봐도 군침이 돈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온기’와 ‘향수’다.



“경기는 늦어졌는데 밥은 다 식어버렸네….” 동계 올림픽 현장에서 흔히 들리던 이 탄식은 이제 들을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대회 선수단 식탁에는 사상 최초로 ‘발열형 도시락’이 등장한다.

체육회에서 선수단에 제공하는 발열 도시락 안내 영상.연합뉴스
체육회에서 선수단에 제공하는 발열 도시락 안내 영상.연합뉴스

원리는 간단하지만 효과는 강력하다. 도시락통 아래 숨겨진 발열 트레이에 물을 조금 붓기만 하면 된다. “치이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뜨거운 증기가 올라와 식었던 반찬과 밥을 데운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설상 경기장, 불규칙한 경기 일정 탓에 끼니때를 놓쳐도 우리 선수들은 언제 어디서나 ‘방금 한 밥’ 같은 따끈한 한 끼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차가운 샌드위치를 씹으며 언 몸을 녹여야 했던 경쟁국 선수들이 보면 부러워서 쳐다볼 ‘마법의 아이템’이다.

메뉴 구성은 그야말로 ‘보양식 먹방’ 수준이다. 체육회 조리팀은 사전 답사를 통해 이탈리아 현지에서 질 좋은 도가니와 스지(소 힘줄)를 미리 확보해뒀다. 훈련으로 지친 선수들의 관절과 근육을 채워줄 특급 보양식이다.

여기에 한국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밥도둑’ 4대장도 출격 대기 중이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급식 지원센터 모습.연합뉴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급식 지원센터 모습.연합뉴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소 안심 볶음, 단짠의 정석 갈비찜, 매콤한 불맛이 살아있는 제육볶음과 불고기가 매일 식탁에 오른다. 밀라노(15명), 코르티나(12명), 리비뇨(9명) 등 3개 거점에 파견된 36명의 ‘국가대표 조리사’들이 현지 식재료에 한국의 맛을 입혀 선수들의 입맛을 책임진다.

압권은 대회 기간 중 맞이할 설날(2월 17일) 풍경이다. 체육회는 타지에서 명절을 맞을 선수들을 위해 떡국은 기본, 호박전·생선전·산적 등 모듬전 세트를 준비했다.

놀라운 건 디테일이다. 눅눅한 전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체육회는 한국에서 아예 ‘전 부치기용 대형 철판’까지 비행기에 실어 보냈다. 이탈리아 주방에서 지글지글 전 익는 소리와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할 예정이다. 명절 음식 냄새만큼 고향을 느끼게 해주는 위로가 또 있을까.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체육회 관계자는 “왕복 3시간이 넘는 산간 오지 경기장이라도 따뜻한 밥을 배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선수들이 든든하게 먹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파스타와 피자의 나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뜨끈한 도가니탕, 그리고 고소한 육전 한 점. 이 정도면 ‘밥심’ 충전은 완료다.
이제 남은 건, 우리 선수들이 잘 먹고 힘을 내서 시원하게 금빛 질주를 보여주는 일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