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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항소심서 징역형 집유...무죄 뒤집혀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30 17:36

수정 2026.01.30 17:35

양승태·박병대, 재판 개입 일부 혐의 유죄
고영한 무죄 유지…양승태측 "즉각 상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재판 개입 혐의 일부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박혜선·오영상·임종효 고법판사)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 전 대법관 역시 1심 무죄가 뒤집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고영한 전 대법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한정위헌 취지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 대한 재판 개입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하위 직원을 통해 해당 사건 재판장에게 연락해 위헌제청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단순위헌 취지의 위헌제청결정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직원이 당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대면 보고한 사실을 진술했고, 이 진술이 다른 관계자들의 법정진술과 업무일지 등으로 뒷받침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이 이 범행에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본인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가 보고된 점을 고려하면 공모에 가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사건 항소심 재판장에게 해당 사건의 본안 판단을 하라고 지시한 문건을 전달한 혐의 역시 유죄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은 하위 직원을 통해 해당 문건을 보고받았고, 박 전 대법관 역시 회의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직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해 정당한 재판권 행사를 방해했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해 재판의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초래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사법부 내에서 차지하고 있던 지위와 역할, 그에 대해 일반 국민이 가졌던 기대와 신뢰, 피고인들의 의지로 이 사건 범행을 충분히 저지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죄책은 더욱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사람이 개인적 이익을 취하고자 범행에 이르지는 않은 점, 상당 기간 재판을 받으며 사회적 비난에 노출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양 전 대법원장 측 이상원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즉각 상고할 것"이라며 판결에 반발했다. 이 변호사는 "1심에서는 관여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됐는데, 달리 판단하려면 절차법에 따른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전혀 그런 심리가 이뤄진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당연히 무죄로 결론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지난 2011년 9월 취임 이후 약 6년간, 상고심 적체 해소를 위한 사법부 숙원 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얻고자 각종 재판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또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대법원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파견 법관을 활용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사법행정을 비판한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도 있다.

앞서 2024년 1월 1심 재판부는 기소 5년 만에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일부 재판 개입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공모 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대법원장 등에게 재판 개입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직권남용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