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감원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데다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금 마련을 위해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감원 봇물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이번 주에만 5만2000명 넘는 감원 계획이 발표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아마존, 물류업체 UPS, 화학업체 다우, 나이키, 주택 자재 소매체인 홈디포를 비롯한 미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 동향 풍향계'라는 별명이 있는 택배업체 UPS가 27일, 아마존 택배 물량이 줄었다면서 올해 3만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다우와 홈디포는 각각 4500명, 800명을 내보낼 계획이다. 나이키도 775명 감원 계획을 내놨다.
성장 불안과 막대한 AI 투자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메리클은 “기업들의 감원 논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노동 비용 절감을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흐름과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기업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이 붐을 타고, 정부의 막대한 부양책으로 매출이 급격히 늘자 대대적인 고용 확대에 나섰다. 미 노동시장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었다.
그러나 AI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따른 경제 불안이 이 흐름을 역전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성장 불안과 AI 투자금 마련이라는 비용 압박 속에 신규 고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도 내보내는 선택을 하고 있다.
신규 고용 둔화로 체감 고통은 더 커
온라인 구직 사이트 인디드의 펠릭스 에이달라 이코노미스트는 “유명 기업들의 감원 발표가 눈에 띄고는 있지만 지난 1년간 감원이 비정상적으로 높지는 않았다”면서 “특히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더 특이한 점은 없다”고 지적했다. 에이달라는 “감원 신호들이 엇갈린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고용이 과거에 비해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도 28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실업률이 4.5%에서 4.4%로 떨어진 것을 예로 들며 노동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신규 고용은 그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지난해 12월 미 신규 취업자 수는 고작 5만 명에 그쳤다. 신규 고용이 줄면서 실업 기간 중간값도 지난달 11.4주로 2021년 이후 최장을 기록했다.
에이달라는 새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다 보니 노동자들이 해고의 고통, 해고될지 모른다고 두려움이 훨씬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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