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A 세제 지원 발표에도 해외투자 ‘확대’
손해·장기투자 등 개인마다 처한 환경 달라
“매력도가 관건…‘양극화’ 기형적 구조 해결해야”
장기투자 지원 확대 의견도…“기본 풀뿌리 강화”
[파이낸셜뉴스] 파격적인 혜택에도 서학개미들이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해외주식 매수세가 확대되면서 국내 유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도하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교체투자'가 이뤄지려면,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50억달러(7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정부가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 개인마다 처한 환경이 다른 것을 이유로 꼽는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지난해 12월 23일'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투자자는 차익 실현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는 세제 혜택 만을 위해 즉시 매도를 진행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또 많은 해외 증시 투자자들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같은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를 장기투자하고 있는 만큼 쉽사리 돈을 빼기 힘든 상황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정책적 효과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은 투자자 각자마다 다른 처지에 있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이 절세 효과보다 현재 진행 중인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제 혜택이 해외 증시 상황을 감안할 만큼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4분기부터 미국 시장은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꼽히는 대형 종목보다 하위 종목이 강세가 나타나는 등 순환매가 확산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대형 종목의 약세를 저가 매수 기회로 봤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서학개미들이 국내 투자로 돌아서기 위해선 결국 '증시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코스피 5000', '코스닥 1000' 돌파 등 증시 활황으로 투자가 대거 확대됐다. 실제 지난달 29일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2만450개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한 달 새 173만개 가까이 늘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 29일 103조7072억원으로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해외주식 투자자금을 빼기보다는 신규 자금을 국내 증시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 의도대로 되려면 근본적으로 '엔비디아를 버리고 SK하이닉스를 산다'는 식의 교체매매가 이뤄져야 하는데, 세제 혜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국장이 지속적으로 오르거나, 더 매력적인 주식이 많아져야 한다"라며 "현재도 상승 종목 수는 한계가 있고,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은 기형적인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장기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정부 정책보단 투자 매력도 그 자체에 따라 움직인다"며 "국내 증시가 양극화된 것은 국내 산업 특성상 이익 구조 자체가 극단적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모펀드나 적립식 펀드, 연금 제도 등 장기투자자들을 위한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며 "장기 참여를 유발할 수 있는 메리트들이 확대되면 시장의 기본적인 풀뿌리가 강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정부는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로 돌아와 장기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보유하던 해외주식을 RIA로 넣은 뒤, 이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을 공제 받을 수 있다.yimsh0214@fnnews.com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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