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보장성 상품에 대한 청약철회금은 1조5979억원(생보·손보는 12월 제외)으로 집계됐다. 전년(1조3292억원) 대비 20.22%(2687억원) 증가했다. 3개 업권 모두 전년보다 보장성 상품에 대한 청약철회금이 늘어났다.
보장성 상품은 대출성 상품(대출·현금서비스·리볼빙 등)이나 투자성 상품(신탁·고난도 펀드 등)과 달리 보험의 고유 기능인 보장에 집중한 상품이다. 방카슈랑스(금융기관 보험대리점) 규제가 완화되면서 은행에서도 보험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홍콩H 지수 주가연계지수(ELS) 사태로 2023년 말부터 은행권의 ELS 판매가 일제히 중단되면서 방카슈랑스에 집중한 결과 청약철회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은행의 보장성 상품에 대한 철회금액은 4926억원으로, 2023년(3491억원) 대비 2년 만에 40% 가까이 증가했다.
다른 대출이나 투자상품과 달리 보험상품은 특히 복잡하게 설계되면서 '설명의무'가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험업계의 불완전판매를 둘러싼 민원과 분쟁조정 규모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3·4분기 민원 건수는 총 4375건과 1만914건으로 직전 분기보다 8.89%와 9.88% 증가했다.
보험은 은행·증권과 달리 설계사 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들어 직장인이나 프리랜서들이 주된 생업을 유지하면서도 부업으로 설계사 업무를 하는 'N잡 설계사'들이 늘어나면서 낮은 전문성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상품 개발 단계부터 소비자보호와 판매 수수료 관리 등 책임 강화를 추진하며 소비자보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청약철회권 급증이 불완전판매 증가 가능성을 내포하는 만큼 당국의 촘촘한 상품 설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판매 단계에서부터의 감독 강화로 상품의 혁신성이나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어 불완전판매 근절과 혁신 사이에서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설계 전 과정에서 위험 검토, 약관 구조, 설명 내용, 분쟁 발생 가능성 등 보험사의 내부 상품 검증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상품 개발의 혁신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과만 봤을 때 민원이나 분쟁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다양성이 감소하면 또 다른 소비자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며 "특히 보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역선택' 가입자들의 권리만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와 상품의 다양성·혁신성이 병행될 수 있다는 방향 하에 소비자보호를 지속해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일 수록 소비자들에게 설명을 더 자세하게 하라는 취지"라며 "다양한 상품을 만들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고 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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