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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 번 돈 해외여행으로 탕진? "관광수지 적자 줄이려면…"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1 16:04

수정 2026.02.01 17:40

야놀자리서치, '관광 불균형 해소 방안' 보고서
황금연휴를 앞둔 지난해 5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황금연휴를 앞둔 지난해 5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한국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2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은 3000만명으로, 무려 1000만명의 격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관광수지 적자는 약 100억달러(14조5000억원) 수준으로, 고질적인 관광수지 적자 행진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야놀자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불균형 해소 방안: 관광 적자를 내수 활력으로' 보고서는 이같은 구조를 ‘밑 빠진 독’에 비유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로 벌어들인 달러가 ‘경험 소비’를 위해 해외로 지속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엔데믹 이후 내국인의 여행 수요는 국내보다 일본과 동남아로 집중됐다. 2019년 이미 인바운드(1750만명)보다 아웃바운드(2871만명)가 많았던 구조는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도 내국인의 해외 소비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관광수지 적자는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보고서는 소비자 인식에서도 냉정한 평가를 확인했다. 조사 응답자의 54%는 “국내 여행을 선택할 의사가 있지만 해외여행 예산의 30~50% 수준만 지불하겠다”고 답했으며, 해외여행과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여행 상품이 이미 소비자 인식 속에서 ‘반값 이하’로 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로 번 돈 해외여행으로 탕진? "관광수지 적자 줄이려면…"

특히 2030세대 사이에서는 해외여행이 SNS 기록과 공유가 가능한 ‘도파민형 경험 소비’로, 국내 여행은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휴식형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 이같은 인식이 고착될 경우 현재 5060세대가 떠받치고 있는 국내 관광 수요는 장기적으로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지금의 관광 적자는 경기나 환율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가 국내 여행을 해외 여행의 절반 가치 이하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애국심이나 캠페인만으로 국내 여행을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장 원장은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이 성공한 이유는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관광이 다시 선택받기 위해선 지역 고유의 스토리, 생활, 음식, 자연을 결합한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관광 적자 해소를 위한 3대 전략도 제시했다.
△타깃별 킬러 콘텐츠 중심의 공급 혁신 △가격·품질 인증과 휴가 분산을 통한 수요 유인 △민간과 지역 주도의 거버넌스 재정립 등이 그것이다. 중앙정부는 규제 완화, 민간과 지역은 실행 주체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관 중심의 행정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을 따라가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화려한 홍보 영상 같은 ‘화장술’에서 벗어나 민간의 창의적 시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토양을 만드는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