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처벌 약하니, 또 범행"...'설탕·밀가루·전력설비 등 10조원 가격 담합' 무더기 기소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2 13:39

수정 2026.02.02 15:19

검찰, 최근 5개월 동안 '밀가루 담합 사건'과 '설탕 단합 사건', '한국전력공사 입찰 담합 사건' 수사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적용, 대표급 입원 등 업체 고위층 관여 혐의 밝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나희석 부장검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나희석 부장검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밀가루와 설탕 등 생필품과 전력설비 판매가를 담합한 혐의로 기업인과 법인 52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 규모만 약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같은 담합행위로 소비자 물가가 크게 뛰는 등 '민생경제'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검찰은 질타했다.

2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5개월 동안 '밀가루 담합 사건'과 '설탕 담합 사건', '한국전력공사 입찰 담합 사건'을 수사한 결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6명을 구속 기소하고 4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제분업체 6곳의 대표급 인원과 간부 등 20명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와 변동 폭, 변경 시기 등을 합의해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추산하는 이들의 단합 규모는 5조9913억원이다. 이로 인해 밀가루 가격은 담합 직전 6개월 전보다 42.4% 상승했고, 밀가루 소비자 지수도 36.1% 뛰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제당업체 2곳의 임직원은 2021년 2월~지난해 4월 사이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가격이 올라갈 경우 설탕가격 인상에 적극 반영하면서도 그 반대인 경우에는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수법을 서로 짜고 사용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나 부장검사는 “이런 방식으로 설탕가격을 올릴 때(2013년 10월)에는 담합 이전과 견줘 최고 66.7%가 올렸다가, 내릴 때는 담합 이전과 비교해 55.6%만을 인하했다”면서 “담합규모는 3조2715억원대”라고 전했다.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 △제룡 △동남 △인텍 △중전기조합 등 전력장치 제조업체 8곳은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국전력공사에서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 공고 145건에서 사전에 업체별 낙찰 실적을 합의하고, 정해진 업체가 높은 가격으로 낙찰 받을 수 있게 투찰 가격까지 공유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총 6776억원 규모에 달하는 입찰에서 최소 160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들 기업들이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에 수차례 적발됐지만, 담합행위를 멈추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법인에 대한 과징금 또는 벌금 처분 등이 약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았다.

나 부장검사는 "과징금 부과 위주의 행정제재는 행위자가 아닌 사업자(법인)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실제 범행을 실행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담합으로 인한 시장교란 범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2억원 이하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징역 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100만달러(한화 약 14억2000만원) 이하를 부과한다. 일본도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엔(한화 약 5억원) 이하로 처벌 수위가 한국보다 높다.


나 부장검사는 "서민경제를 교란하는 담합 범죄를 근절할 수 있도록 고기·주류 등 민생경제와 직결되는 다른 생필품에 대해 엄정히 살펴보고, 담합 범행에 가담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