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극장에서 드러난 미국의 선택, ‘멜라니아’를 본 사람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2 10:26

수정 2026.02.02 10:26

영화 홍보포스터 앞에 선 멜라니아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영화 홍보포스터 앞에 선 멜라니아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멜라니아 트럼프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개봉 첫 주말 7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가운데, 관객 구성과 지역 분포는 미국 정치 지형을 그대로 드러냈다. 멜라니아 트럼프를 다룬 다큐멘터리 '멜라니아'는 영부인의 시선에서 백악관 입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여정을 따라간 작품이다. 아마존이 약 75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투입한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다큐로는 이례적 흥행 성적

1일(현지시간) 미국 영화 박스오피스 공식 집계 기관인 컴스코어에 따르면 영화 '멜라니아'는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개봉 첫 주말에만 약 60만 명이 극장을 찾았으며,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14년 만에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CNBC에 따르면 다큐멘터리는 일반적으로 흥행을 견인하는 장르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개봉한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는 개봉 첫 주 수익이 500만 달러를 밑돌았고, 전 세계 누적 수익도 1천만~2천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은 개봉 첫 주 239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정치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개봉 성적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2004년 개봉한 이 작품은 미국 내 누적 수익에서도 1억 1900만 달러를 올리며 정치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멜라니아'의 성적은 2012년 자연 다큐멘터리 '침팬지'가 기록한 개봉 첫 주 1070만 달러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번 영화는 아마존의 대규모 투자로도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은 판권 확보에 4000만 달러를 지급했고, 마케팅에 추가로 3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버스 광고는 물론 극장 내 기념 팝콘 통까지 등장했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으로 막대한 금액이다. CNN은 이를 "역사상 가장 비싼 다큐멘터리"라고 평가했다.

이 영화는 미국 내 1778개 극장에서 개봉됐으며, 해외에서도 1천600여 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다만 이번 집계에는 해외 실적이 포함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가 가져가는 몫은 최소 2800만 달러에 달한다. 아마존은 이 영화 투자 이유에 대해 "오직 하나, 고객들이 이 작품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공화당 지역·고령층 관객이 흥행 주도

첫 주말 흥행의 주역은 지역별로 공화당 우세 지역과 고령층 관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회사 엔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서 농촌 지역 극장은 '멜라니아' 개봉 첫 주말 매출의 약 46%를 차지했다. 인구 50만 명 미만 지역에 위치한 극장이 전체 수익의 46%를 담당한 것이다. 통상 이 비중이 약 30% 수준임을 감안하면 소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특히 선전한 셈이다.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약 53%의 티켓 매출을 기록하며 평균을 웃돌았다. 흥행 상위 주는 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였다. 연령과 성별로는 여성과 55세 이상 관객이 전체의 70%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시네마스코어 출구조사에서 '멜라니아'는 A 등급을 받았다. 플로리다주 주피터 인근에서 상영을 보고 나온 린 수터는 "우아하고, 정보가 풍부하며, 아름답게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400명 이상이 가입한 페이스북 그룹 '팜비치 카운티 보수 여성들'의 회원인 그는 "모두에게 보라고 권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다수의 평론가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선전물(propaganda)"이라고 혹평했다.


CNN은 " 티켓 판매 양상은 미국 사회의 익숙한 레드·블루(공화·민주) 진영 구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