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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희토류 수입 막힌 日, 희토류 진흙 시굴 성공…국산화 '한발'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2 17:08

수정 2026.02.02 17:13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지구 심부 탐사선 '치큐'(ちきゅう). (출처=JAMSTEC 홈페이지) /사진=뉴스1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지구 심부 탐사선 '치큐'(ちきゅう). (출처=JAMSTEC 홈페이지)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는 2일 오가사와라 제도 미나미토리섬 해역 수심 약 6000m 해저에서 희토류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진흙층을 시굴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시굴된 진흙층은 성분 분석을 거쳐 채산성 검증과 정제 기술 개발에 활용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와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은 이날 오가사와라 제도 미나미토리섬 해역 수심 약 6000m 해저에서 희토류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진흙층을 시굴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흙층을 시굴한 지구심부탐사선 '치큐'가 오는 15일 시즈오카시 시미즈항으로 귀항한 뒤 진흙층 성분을 분석해 채산성 검증과 정제 기술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앞서 '치큐'는 지난 12일 시미즈항을 출항해 17일 미나미토리섬 해역의 시험 굴착 예정 해역에 도착했다.

이후 '양니관(揚泥管)'이라 불리는 길이 약 10m의 파이프 약 600개를 연결해 수심 약 6000m의 해저로 내렸다. 해저에 채광기를 설치하고 진흙과 해수를 섞어 현탁액으로 만든 뒤 양니관을 통해 회수했다. 회수 작업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했으며 지난 1일 새벽 최초로 희토류 진흙 시굴을 확인했다.

미나미토리섬 해저에서 희토류가 함유된 진흙층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당시 가토 야스히로 도쿄대 교수 연구팀과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는 이 진흙층에 희토류 1600만t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 국가별 매장량 기준으로 중국(4400만t), 브라질(2100만t)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진흙층에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가돌리늄 등 6종 이상의 희토류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됐다.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사마륨은 전기차(EV) 모터용 고성능 자석에 사용되며, 이트륨은 LED와 의료기기용 초전도체 소재로 쓰인다. 가돌리늄은 원자로 제어 시스템 등에 사용된다.

일본 정부는 '치큐' 귀항 후 해양연구개발기구 등에서 진흙과 해저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로 희토류를 정제할 수 있는지 시험할 계획이다.

이번 시험 채굴은 내각부의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전략적 혁신 창조 프로그램(SIP)'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SIP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2월 대규모 실증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성공을 발판으로 내년 2월 하루 최대 350t 규모의 진흙층 시굴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어 오는 2028년 봄 실질적인 해저 채굴 비용을 고려해 경제성과 상업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2024년 기준 63%를 중국에서 의존하고 있다. 미나미토리섬 해역에서 희토류 채굴이 가능해질 경우 경제안보 측면에서 큰 이점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다만 희토류 산업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가장 큰 과제는 굴착 및 정제 기술의 확립이다. 굴착은 진흙 상태로 해저에서 끌어올릴 때 석유 개발 분야의 기술을 응용한다.

해저에 설치한 채광기를 원격으로 파이프에 연결하는 등 심해저에서 원격 조작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에너지공학 전문가인 야마다 야스히로 규슈대 교수는 "심해저에서 중량물을 복잡하게 조작하는 작업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진흙에서 희토류를 정제하는 기술은 육상 광석 정제 기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희토류 진흙은 육상 광석과 달리 방사성 물질이나 비소 등 유해 물질을 거의 포함하지 않아 산업 폐기물 처리 공정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해저 진흙에서 희토류를 실제로 정제한 사례는 아직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채산성이다. 미나미토리섬은 도쿄 도심에서 약 1950km 떨어져 있으며 희토류 진흙이 있는 곳은 수심 6000m로 굴착 장비와 선박 운용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시이 쇼이치 SIP 프로그램 디렉터는 "수평 이동(도쿄와의 거리)과 수직 이동(수심)에 가장 큰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야마다 규슈대 교수도 "이번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으면 자원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채산성이 낮더라도 자국에서 희토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경제안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시이 디렉터는 "자원을 파악하고 채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하는 것과 비상시 공급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 경제안보에서 요구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희토류 개발을 추진하려면 국제적인 이해를 얻을 필요도 있다.
해양 광물 자원의 상업 개발에 관한 국제 규칙은 아직 없으며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는 자원과 생태계 보호를 전제로 해저 개발 규칙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레티시아 레이스 데 카르발류 ISA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SIP와 외무성 등을 공식 방문했다.
ISA는 이번 조사에 대해 "탐사선 치큐는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일본의 기초 과학 연구와 기술은 미나미토리섬 해역 시험을 확실히 진전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