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해 서류 조작 정교성 대폭 끌어올려
글자체 꾸며주는 걸 넘어 맥락 형성, 교차 검증
보험사들 마땅한 기술적·정책적 대비책 없어
현실적 대안 현장 조사뿐..실손24 가입 확대 등 기대
글자체 꾸며주는 걸 넘어 맥락 형성, 교차 검증
보험사들 마땅한 기술적·정책적 대비책 없어
현실적 대안 현장 조사뿐..실손24 가입 확대 등 기대
문제는 대응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개별 보험사 차원에서는 AI 조작을 가려낼 기술적 수단이 사실상 없고, 아직 조직적인 범죄 양상으로 번지지 않아 금융당국도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보험조사 담당자 교육과 보험사 간 공조가 그나마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꼽히지만, 이마저도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AI로 사고도 ‘만들어낸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진단서 위·변조 등 사고 내용 조작으로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6690억원으로, 전체 보험사기 적발액(1조1502억원)의 58.2%를 차지했다. 이렇게 진단서 조작은 여전히 가장 흔한 보험사기 수법이다.
기존에는 진단서를 스캔한 뒤 포토샵으로 질병명이나 날짜, 금액을 바꾸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차원이 달라진다. 글자체의 이질감을 없애는 것은 기본이고, 잘못된 의학 용어를 바로잡고 진단·검사·처방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재구성해준다. 여러 장의 서류를 동시에 비교하며 논리적·행정적 오류를 스스로 지워주는 것도 가능하다.
자동차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파손 부위를 과장하거나 사고 장소를 합성하는 사진 조작, 음성 변조 등은 이미 손쉬운 수준이 됐다. 특히 AI는 학습을 통해 ‘보험사기에 성공한 패턴’을 분석하고, 다음 시도에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한다. 더 나아가 존재하지 않았던 사고나 질병 자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단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이는 보험사기에 접근하는 문턱을 크게 낮춘다. 전문적인 조작 기술이나 의료 지식이 없어도 AI가 대신 ‘완성도’를 책임져주기 때문이다.
보험사 내부 구조 역시 취약 요인이다. 핵심성과지표(KPI)에 신속 지급 기간이 포함돼 있어 사기 적발보다는 얼마나 빨리 보험금을 지급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은 사람 손을 거쳐야
AI로 조작된 것은 결국 AI로 잡아낼 수밖에 없다. 일부 대형 보험사들은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활용해 보험금 청구 서류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적발률은 100%에 한참 못 미치고, 기술 고도화도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상황이 더 어렵다. 개발 비용 부담이 크고, 설령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데이터 축적량과 품질이 낮아 성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인 ‘실손24’ 연계 확대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병원·약국에서 고객이 선택한 진료·처방 내역을 보험사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이상 징후를 포착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하지만 국내 전체 요양기관 10만5000곳 가운데 실손24에 연계된 곳은 약 25%에 불과하다. 그 외 기관에서 발급된 서류가 조작될 경우 적발 여부는 여전히 보험사 역량에 달려 있다.
금융당국도 당장은 해법이 없는 상태다. 보험사에 주의나 권고를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고객의 의료 정보를 모두 들여다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조직적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조사나 수사 의뢰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장에서는 사람이 직접 걸러낼 수밖에 없다. AI에 비해 효율은 떨어지지만, 적발 사례가 쌓이면 유형화는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조사 담당자에 대한 체계적인 집단 교육과 보험사 간 정보 공유,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철현 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장은 “기술적 보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담당자 교육을 통해 최대한 보험사기를 걸러내야 한다”며 “특히 장기보험은 지급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처리되는 경향이 강한데, 오히려 더 면밀한 점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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